ADVERTISEMENT

[바빠도 본다] 문화부 기자들이 인정하는 퀄리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 손으로 만들어 보자

청계천 뒷골목 금속 공방들의 쇳덩이들은 차갑고 날카롭고 단단해 보이지만 관리하지 않으면 쉽게 녹슬어 부서졌다. 이곳 아저씨들, 그리고 서른 중반을 넘어 ‘아저씨’가 되어 가는 작가 자신과도 같았다. 박경근이 영상 설치 ‘청계천 메들리 아시바’(2015)에 담은 감성이다. 김상규는 일본의 오타쿠 문화나 미국의 차고 창업 문화와는 다른 우리네 ‘만들기’ 문화를 기계공고와 국제기능올림픽 등 정부 육성 제작 문화에서 찾았다.

‘사물학Ⅱ: 제작자들의 도시’는 지난해 ‘사물학: 디자인과 예술’에 이은 국립현대미술관의 현대 디자인전이다. 최태윤의 ‘손으로 만든 컴퓨터’(사진), 디디랩의 ‘베이커 미디어’ 등 어설픈 손놀림으로 컴퓨터 혹은 제빵기도 만들어 전시하는데, 사물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부질없는 시도가 담긴 제작 문화다.

◇사물학Ⅱ: 제작자들의 도시= 6월 28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무료. 02-2188-6000.

2. 당신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삶과 죽음, 인생의 이면을 비디오로 그려내는 현대 영상 시인, 빌 비올라(64)의 개인전이 열린다. 런던 세인트폴 성당에서 지난해 공개되면서 ‘현대판 성화’로 화제를 모았던 ‘순교자’ 시리즈 중 ‘물의 순교자’(사진), 어머니와 아들이 모래바람 부는 뜨거운 사막을 걸어서 건너는 여정을 담은 ‘조상’, 검고 붉고 희고 투명한 액체를 차례로 뒤집어 쓰며 고통과 두려움 속에 변모하고 재생되는 인간을 보여주는 ‘도치된 탄생’ 등 지난 3년간 만든 신작 일곱 점이 출품됐다. 젊은 시절 백남준의 조수로 일하기도 했던 그는 “시간은 무한하되 가질 수 없다. 한 방향으로 흐르지만 우리는 비디오나 기술을 활용해 때로 그 방향을 되돌린다”라고 말했다.

◇빌 비올라=5월 3일까지. 서울 삼청로 국제갤러리. 무료. 02-735-8449.

3. 바이올린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연주가 잘하는 연주일까. 바이올린 부문에서 궁금하다면 레이 첸의 연주를 들어보자. 대만 태생의 호주 바이올리니스트인 레이 첸은 퀸 엘리자베스, 예후디 메뉴인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했다. 얘기되는 콩쿠르 우승은 거의 손에 쥐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의 연주는 ‘안 되는 게 없어’ 보인다. 여유로우면서 재기 넘치고, 날카롭다. 한 마디로 ‘잘한다’. 음악 취향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가 잘한다는 점에 이견을 붙이기는 힘들어 보인다.

◇레이 첸 독주회=4월 19일 오후 2시, 2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5만~9만원, 02-541-3183.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