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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 기자의 야구노트] 이상 없다지만 수상하다, 류현진의 어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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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류현진(28·LA 다저스)이 한화에서 뛸 때 얻었던 별명 중 하나가 ‘금강불괴(金剛不壞)’ 였다. ‘어떠한 것에도 파괴되지 않는, 다이아몬드같은 신체’ 라는 뜻에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2006년 데뷔해 2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던진 류현진은 2012년까지 7년간 총 27회 완투를 기록했다. 연 평균 181이닝 이상을 던졌다.

 류현진은 지금 통증과 싸우고 있다. 지난해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오르더니 올해 스프링캠프에선 왼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지난주 자기공명영상(MRI) 검진 결과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2주 정도 쉴 예정이다. 지난 26일(한국시간) 다저스 구단은 “류현진이 2012년 말 입단할 때의 어깨 상태와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염증완화 주사(코티손)까지 맞은 류현진이 다시 통증을 호소한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류현진 부상의 원인과 대응책을 물었다.

 프로야구 KIA와 NC의 팀닥터인 이상훈 서울충무병원장은 “(류현진이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견갑골은 하체와 허리를 거친 에너지가 어깨 관절로 가기 직전 통과하는 뼈”라면서 “견갑골은 연골이나 인대가 아닌 근육이 잡아주기 때문에 불안정하다. 피로가 누적되면 밸런스가 깨져 견갑골의 위치가 달라지고 어깨나 팔꿈치 관절에 부하가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또 “통증이 심해 공을 던지지 못하는 선수들도 MRI 상으로는 정상인 경우가 종종 있다. 전문의의 특별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현진의 부상을 다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는 인천 동산고 2학년이던 2004년 왼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이후 팔꿈치 부상 재발에 극도로 신경을 썼다. 그런데 팔꿈치를 의식하다 보면 어깨에 부하가 걸릴 수 있다. 또 한국에서 하위타선을 상대할 때 힘을 빼고 던졌던 류현진이 빅리그에서 전력피칭을 계속하다 무리를 했다는 분석도 있다.

 2004년 류현진의 팔꿈치 재활치료를 도왔던 한경진 선수촌병원 재활원장(전 LG 트레이너)은 “야구 선수들은 대부분 크고 작은 어깨 통증에 시달린다. 류현진은 고교 시절부터 엄청나게 많이 던졌지만 근육이 좋아 잘 버틴 것”이라며 “어깨 통증은 고질적이다. 지난해부터 류현진이 어깨 통증을 느끼는 빈도가 잦아졌다. 현지에서는 회복기간을 2~3주라고 했지만 길게는 두세 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주무기로 삼았던 슬라이더가 통증의 원인이라는 의견에 대해 한 원장은 “류현진 정도의 선수가 구종을 추가했다고 부상을 입진 않을 것이다. 피로 누적 때문에 통증이 생겼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한 원장은 “(등도 아프다고 했는데) 견갑골 주변의 통증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투수의 어깨와 팔꿈치는 소모품에 가깝다. 훈련을 통해 강해질 순 있지만 단단한 지우개라도 쓸수록 조금씩 닳아 없어질 수밖에 없다. 다저스가 류현진과 6년 총액 3600만 달러(약 400억원)에 계약할 때 가장 중요하게 내건 옵션이 이닝수(5년간 750이닝을 던지면 자유계약선수 자격 부여)이었다.

 한화 시절 류현진의 선배이자 코치였던 송진우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던질수록 아픈 게 투수의 숙명이지만 같은 부위의 부상이 반복되는 건 걱정”이라며 “(2003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나도 젓가락질도 제대로 못했지만 참고 이겨냈다. 현진이는 워낙 긍정적인 성격인데다 투구폼도 좋아서 잘해낼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더 이상 금강불괴가 아니다. 그렇다고 당장 큰일이 일어난 건 아니다. 꾸준한 재활훈련으로 근력과 밸런스를 잘 유지한다면 그가 목표한 200이닝까진 아니더라도 150이닝 이상은 던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재활훈련 때 더 독해야 하고, 컨디션 관리에 더 신중해야 한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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