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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롯데맨 선발 대결, 두산 장원준이 NC 손민한 꺾다

중앙일보

입력

 
롯데를 떠난 롯데맨들의 승부에서 장원준(30·두산)이 웃었다. 하지만 패자 손민한(40·NC)도 박수를 받을만한 투구를 펼쳤다.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NC의 경기는 선발투수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졌다. 두 투수 모두 롯데 시절 좋은 성적을 거뒀고, 한솥밥을 먹은 선후배 사이였기 때문이다. 손민한은 1997년부터 롯데에서 통산 103승을 거뒀다. 2000년대 중후반 에이스로 활약한 그는 2005년에는 포스트시즌 탈락팀 선수로는 최초로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장원준도 손민한 이후 롯데 마운드를 책임진 대표 좌완이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올렸다. 2008년에는 두 선수가 함께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리며 롯데가 8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하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러나 두 선수는 제각각의 이유로 롯데를 떠났다. 손민한은 부상 이후 구위가 떨어지면서 2011년 방출됐다. 그러나 입단 테스트를 거쳐 2013년 시즌 중반부터 NC에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까지 불펜에서 활약하던 손민한은 올해부터 다시 선발로 돌아섰다. 김경문 NC 감독은 "부상 경력도 있고 충분히 쉬면서 나올 수 있는 선발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시즌 뒤부터 구상했고, 본인에게도 준비를 시켰다"고 말했다. 장원준은 지난해 FA를 통해 4년 총액 84억원을 받으며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시범경기에서는 2승1패 평균자책점 5.25로 다소 부진했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걱정하지 않는다. 늘 꾸준한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6회까지 두 투수는 투수전을 펼쳤다. 손민한은 1·2회 연속으로 주자를 내보냈지만 병살타를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다. 3회 선취점을 내줬지만 이후 3이닝을 잘 막았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1㎞에 머물렀지만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투심패스트볼 등을 골고루 섞어 잘 상대했다. 장원준도 주자를 계속해서 내보냈지만 1점만을 내줬다.

두 투수의 명암은 7회 말 엇갈렸다. 선두타자 김현수에게 안타를 내준 손민한은 루츠와 홍성흔을 범타로 처리했다. 그러나 초구 커브가 높게 들어갔고, 오재원은 이를 놓치지 않고 오른쪽 담장 너머로 날려보냈다. 결승 투런홈런. 결국 손민한은 6과 3분의2이닝 6피안타(1홈런) 2탈삼진 무사사구 3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두산은 이어 등판한 노성호로부터 양의지가 연속타자 홈런을 때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홈런을 친 오재원은 "변화구를 노렸는데 실투가 들어와서 운좋게 홈런이 됐다. 손민한 선배를 보면서 야구는 역시 구속이 전부가 아니란 걸 느꼈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도 "손민한이 기대 이상으로 잘 던졌다. 승리를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장원준은 7회까지 9피안타 2볼넷 1삼진 1실점하면서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키고 이적 후 첫 등판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김태형 감독은 "원준이가 초반에 주자를 많이 내보냈지만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해 실점을 최소화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장원준은 "이적 후 첫 등판에서 이겨 좋다. 첫 경기여서 긴장도 되고 떨렸지만 타격과 수비에서 동료들이 많이 도와줬다. 특히 수비가 좋았다. 경기 초반 코너웍에 신경쓰다보니 어려운 상황도 있었지만 목표했던 6이닝보다 1회 더 던진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두산은 장원준에 이어 불펜진의 호투까지 이어지면서 4-1로 승리, 개막 2연승을 달렸다. 2번째 투수로 등판한 우완 김강률은 제구력(스트라이크 8개·볼7개)이 다소 흔들렸지만 최고 시속 153㎞의 강속구를 뿌리며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새 마무리로 낙점된 윤명준도 공 9개로 1이닝 무실점해 세이브를 챙겼다. 윤명준이 세이브를 올린 것은 2013년 8월 17일 잠실 SK전 이후 589일만이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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