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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새로운 세계 표준어 하나 만든 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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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의 공공안내 그림표지(pictogram.픽토그램)가 국제표준안으로 채택됐다는 것은 한국이 새로운 세계 표준어를 하나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한국이 제안한 안전표지 8개를 디자인하고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채택되도록 진두지휘한 세종대 박진숙(50.산업디자인과.사진) 교수는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박 교수는 독일 베를린에서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열린 ISO 전문가그룹 회의에 참가해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 이 회의에서는 한국의 뒤를 이어 러시아에서 제안한 3개, 독일.영국에서 제안한 각각 2개, 일본이 제안한 1개가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

박 교수는 "영국이 안전표지 등에 30여 년간 써왔던 서양인 얼굴 모양을 그대로 쓰자고 버텨 투표로 결정됐다"며 "독일.러시아 등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한국이 제안한 픽토그램의 우수성을 인정해 줘 채택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가 만든 얼굴 모양은 동양인과 서양인의 공통점을 잘 부각시켰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는 향후 경제적인 효과가 엄청나 따질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기업체 등이 수출할 때 표준화된 상품의 안전표지 등을 거의 무료로 손쉽게 쓸 수 있을 것"이라며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번 회의에 참가했을 때 한국의 산업디자인 수준이 높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특히 휴대전화 등 한국의 전자제품 디자인은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에 채택된 픽토그램은 146개국 회원국뿐 아니라 준회원국인 북한에서도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진 것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국내 산업디자인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는 "일본만 해도 산업디자인 전문가 계층이 두터운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며 "정부와 기업 차원의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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