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53개 계열사 10개로 축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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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SK그룹은 SK글로벌을 회생시키기 위해 그룹 계열사를 현재의 53개에서 10개로 줄이고 SK㈜가 SK글로벌에서 받아야 할 외상매출 1조4천억원 중 1조원을 출자전환(빚을 자본으로 바꾸는 것)하기로 했다.

또 최태원 SK 회장이 담보로 맡긴 워커힐 호텔 지분과 SK글로벌이 소유하고 있는 SK생명.SK증권.SK텔레콤 지분도 전량 매각해 SK글로벌 정상화에 투입하기로 했다.

SK그룹은 21일 오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3조원대 규모의 자구계획 초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22일 오전 11개 은행장 회의를 열어 SK가 제시한 자구계획에 대해 "외상매출채권 전액을 출자전환하지 않을 경우 정상화가 어려워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내리고 SK 측에 이번 주말까지 이를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은행장들은 특히 출자전환 규모가 충분치 않아 SK글로벌이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면 일단 회생을 지원하되 SK글로벌을 상장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해외채권단 등의 채권을 일정 비율의 현금을 주고 사들이는 '바이아웃(채권 현금매입)'을 추진키로 했다.

SK 측이 이날 제시한 자구계획에 따르면 국내 4천억원, 해외현지법인 6천억원 등 1조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하고 SK글로벌 소유 부동산(1천억원)과 주식(9천억원) 매각을 통해 1조원을 확보키로 했다.

SK글로벌이 보유한 SK생명(71.7%).증권(14.5%).해운(33.1%) 등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부산사옥과 서울 삼청동 소재 그룹 창립자 최종건 회장의 사저였던 선혜원(4백평) 등 보유 부동산도 모두 팔기로 했다.

이번 자구계획은 계열사의 지원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지난달 제시됐던 SK글로벌 자체 자구계획(1조5천억원)의 두배 규모다.

또 SK그룹은 계열사를 SK㈜.SK텔레콤.SK C&C.SK글로벌 등 10개로 줄이고 SK케미컬 소유 수원지역의 부지 등 부동산과 포스코 등 계열사 소유의 주식 등을 매각해 8천억원을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그룹의 몸집을 줄여 현금 유동성을 확보함으로써 출자전환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다.

이와 관련, SK글로벌은 정보통신 관련 계열사를 통합해 정보통신.철강.화학.패션 등 4개 사업분야로 정리하는 한편 의류.직물 분야는 계열사인 세계물산에 넘긴 뒤 세계물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워커힐 호텔도 최태원 회장이 담보로 맡긴 지분(40.7%.1천1백억원 상당)과 SK글로벌 소유 지분(9.7%.2백억원 상당)을 합해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받아 매각하기로 했다.

이 밖에 SK텔레콤 등은 SK글로벌을 직접 지원하는 대신 SK글로벌 소유의 두루넷 등에 대한 장기 공급계약을 해 매출을 늘려주기로 했다.

한편 출자전환 규모를 늘리라는 채권단의 요구에 대해 SK 측은 "주주들의 반대 때문에 곤란하다"며 "대신 계열사들이 매출을 몰아줘 SK글로벌의 현금 확보 규모를 3천억원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막판 조율이 주목된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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