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는 盧대통령 위한 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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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이 나라종금 로비 의혹 사건에 대해 '노무현(盧武鉉)대통령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을 공개하면서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이례적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공개하는 이유는 "수사가 盧대통령 쪽을 봐주는 듯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외부 시각을 의식해서다.

구 여권 인사들은 집중적으로 사법처리되고 있는 반면 盧대통령 측근인 안희정씨에 대해선 단순히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놓고 구구한 해석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盧대통령 관련 부분을 명확히 하고 넘어가 의혹이나 뒷말을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왜 조사가 필요한가=1999년 7월 설립된 먹는샘물 판매회사 오아시스워터는 당시 국회의원이던 盧대통령을 위한 회사며, 이 회사에 투자된 돈의 최종 수령자 역시 盧대통령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오아시스워터 대표였던 安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오아시스워터는 내 회사가 아니며 盧대통령을 위한 회사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盧대통령도 2억원과 관련한 일을 전혀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하면서 "나는 무죄이므로 대통령도 필요하다면 조사해 봐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安씨에게 2억원을 제공한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 동생 효근(전 닉스 대표)씨 역시 "安씨에게 돈을 줄 때 그가 盧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사람인 줄 알고 있었다"고 진술 한 바 있다.

여기에다 2000년 3월 盧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명의로 된 서울 명륜동 자택이 오아시스워터를 위한 담보(1억원 가량)로 제공됐고, 2억원이 2000년 말에는 盧대통령이 설립한 자치경영연구원으로 흘러간 사실도 盧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이유로 제기된다.

즉 "安씨가 받은 돈의 대가성을 가리기 위해서는 盧대통령도 중요한 참고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검찰의 논리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에 대한 형사상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들어 '현재로서는 조사 불가'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움직임과 파장= 盧대통령은 최근 이 같은 安씨의 진술을 간접적으로 접하고 "내가 책임질 것은 지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盧대통령은 지난 1일 MBC-TV '100분 토론'에서 "수사가 끝나 기소가 되는 시점이 되면 그때 가서 따로 말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이 盧대통령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을 공개키로 한 데는 청와대의 이 같은 움직임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盧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盧대통령이 자신의 관련성을 밝힐 경우 검찰 수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의 이 같은 방침은 거센 정치적 논쟁과 파문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김원배.김승현 기자

*** 바로잡습니다

본지는 5월 23일자 1, 3면 '검찰, 안희정씨 돈 대가성 규명 위해 대통령 참고인 조사 필요'기사에서 대검 중수부가 안희정씨의 혐의를 가리기 위해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나 대통령에게 부여된 형사적 특권 때문에 불가능하며, 이 같은 입장을 브리핑을 통해 밝힐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에서 대통령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검토하거나 관련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바로잡습니다. 검찰은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에 대한 참고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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