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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화충돌 많이 느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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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무현(盧武鉉.얼굴)대통령은 22일 한총련의 5.18 시위 뒷얘기를 소개하면서 "요즘 문화의 충돌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호가 삼엄하지 않은 사회, 경호를 통해 국민과 지도자가 멀리 떨어지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고 두렵게 느껴지지 않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한승주(韓昇洲)주미대사 등 재외공관장 회의에 참석한 2백60여명의 공관장 부부를 청와대 만찬에 초청한 자리에서다.

盧대통령은 "요즘 문화의 충돌을 많이 느끼며 어제는 문희상(文喜相)비서실장과도 주파수가 안 맞아 다투고 논쟁도 했다"며 운을 뗐다.

그는 "광주 망월동을 가는데 한총련이 피켓 시위를 한다고 하기에 내버려두라고 했다"며 "그 사람들이 막으면 무리하게 길을 트지 말고 돌아가는 것을 생각해 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뒷문으로 들어갔지만 정치한다는 것 자체가 죄인이라서 괜찮은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盧대통령은 "그러나 (文실장 등이) 대통령의 권위가 많이 손상돼 경찰을 엄중하게 문책해야 한다고 하더라"며 "대통령의 권위에 대한 집착이 있어서 그런 일은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가장 민주적이고 시민적이라는 신문도 '경호가 구멍 뚫렸다' '대통령이 5백m나 걸어갔다'고 보도하는 것을 보고 아, 이런 게 문화의 충돌이구나라고 생각했다"는 말도 했다.

그는 "스웨덴의 팔메 총리는 경호원도 없이 영화관에 갔다가 정신이상자에게 저격당해 사망했는데 계엄령도 없이 평온하게 장례를 치렀다"고 소개하면서 "그런 민주주를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재외공관장들이) 국외에서 보실 때 한국이 개판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도 이런 민주주의를 한번 해보자는 게 내 소망"이라며 "향후 비서실장과 입씨름할 일이 많아도 결국은 비서실장을 이기려고 생각한다"고 해 웃음이 터졌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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