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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500만 돌파 … 19금 영화 흥행 돌풍 왜

미주중앙

입력

올해 처음으로 500만 관객을 돌파한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이하 ‘킹스맨’)가 역대 청소년관람불가(청불) 영화 흥행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킹스맨’은 개봉 39일 만에 누적 관객수 521만6741명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청불 영화 흥행작 4위인 ‘추격자’(2008, 507만 명)를 제친 것으로, 외화 중에선 가장 높다. 지난 주말 ‘위플래쉬’에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내주긴 했으나 현재의 화력으론 역대 청불 영화 흥행 순위(1위 ‘친구’ 818만 명, 2위 ‘타짜’ 684만 명, 3위 ‘아저씨’ 628만 명)를 바꿀 가능성도 충분하다.

 ‘킹스맨’ 바람은 특히 한국에서 유별나다. 미국 박스오피스 모조는 미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한국 극장 누적 수입이 15일 기준 약 3500만 달러로 가장 높다고 밝혔다. 영화의 배경인 영국(약 2300만 달러)보다 높다.

 전문가들은 ‘킹스맨’의 흥행 요인으로 영국식 스파이 영화의 신선한 변주를 꼽는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미국식 영웅물에 익숙해있던 관객들이 영국의 기사도 정신을 강조한 스파이 영화를 낯설지만 흥미롭게 받아들인 것 같다”며 “한국 관객들은 북미권에서 인기 있는 ‘헝거게임’ ‘메이즈 러너’처럼 판타지 영웅담보다 좀 더 현실적인 악당과 이야기에 열광한다”고 설명했다.

 폭력성을 가볍고 발랄하게 재해석해 청불 영화지만 부담이 적었다는 평도 나온다. 사람의 머리가 터지는 장면을 불꽃이 터지는 것처럼 묘사하는 등 매튜 본 감독의 키치적인 액션 연출이 돋보였다. 신사복으로 대표되는 첩보물의 세련미에 다소 엉뚱한 등장 인물들의 B급 유머가 결합한 것도 이 영화의 강점이다. 주인공 애그시(태런 애거튼)가 루저에서 영웅으로 성장하는 인간승리 서사란 점도 젊은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한편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가 열세였다는 분석도 있다. ‘킹스맨’은 애초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누적 관객수 350만 명)에 밀려 2위로 데뷔했으나 뒷심을 발휘해 1위로 올라섰다. 이후 ‘순수의 시대’ ‘헬머니’ ‘살인의뢰’ 등이 ‘킹스맨’을 위협했지만 누적 관객수 100만 명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이용철 영화평론가는 “근래 한국 영화는 스타만 내세웠을 뿐 안이하고 방만했다. 킹스맨이나 저예산영화 ‘위플래쉬’가 흥행하는 것은 그동안 한국 영화에 너그러웠던 관객들이 보내는 경고”라고 지적했다.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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