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못해먹겠다" 위기감] 한나라 "이러다가는 국민도 못해먹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선 비난과 우려가 교차했다.

여당인 민주당의 조순형(趙舜衡.얼굴)의원은 "정말 안타깝다"며 "요 며칠 주변의 잇따른 압박에 盧대통령이 느끼는 정신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趙의원은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대통령으로서 의연하게 대처했어야 한다"며 "취임한 지 석달이 채 안됐는데 벌써부터 나약해져서야 국민이 얼마나 불안해 하겠느냐"고 아쉬워했다.

동시에 그는 "국무총리와 각부 장관, 그리고 집권 여당이 대통령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책임총리라고 하면서 정작 있어야 할 곳에 총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각 부처 장관들도 소신있게 각자 맡은 역할을 해나가야 하는데 도무지 의욕들을 보이지 않으니 대통령이 고립무원에 빠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趙의원은 "신당이니 신.구주류니 하며 지난 몇달간 정쟁에만 함몰돼 국가 현안에 제대로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며 "나 자신부터 철저히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탄식했다.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사무총장은 "혼란과 위기의 1차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대통령의 가벼운 언행과 무분별한 포퓰리즘, 독선적인 국정운영이 초래한 자업자득"이라고 비판했다.

이상배(李相培)정책위의장은 "국정을 총괄하는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도저히 할 말이 아니며 이러다간 국민 노릇도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며 "6~7월에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평가 발표를 앞두고 국가신용등급을 낮춰달라고 사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사회민주당 장기표(張琪杓)대표는 "盧대통령이 독선에 빠져 비현실적인 주장을 하다가 마침내 현실로 돌아오면서 말바꾸기를 하다가 정신적 공황에 빠지게 된 것"이라며 "모든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아야지 기득권층이나 보수언론의 탓으로 돌리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박승희.박신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