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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념이 빚어낸 수원 염기훈의 왼발 두 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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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DB]

'왼발의 달인' 염기훈(32)이 수원 삼성의 K리그 클래식 2연승을 이끌었다.

수원은 22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5 K리그 클래식 3라운드에서 염기훈의 2골과 외국인 공격수 카이오(28)의 쐐기골에 힘입어 성남 FC를 3-1로 물리쳤다. 수원은 지난 14일 열린 2라운드 인천전에 이어 2연승을 달렸다. 반면 성남은 개막 3경기 연속 무승(1무2패)에 빠졌다.

두 팀은 K리그 클래식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병행하고 있다. 수원은 지난 18일 10시간 비행 끝에 호주 브리즈번에서 브리즈번 로어(호주)와 조별리그를 치른 뒤 나흘 만에 성남과 대결했다. 성남도 17일 중국 광저우에서 광저우 푸리(중국)와 조별리그 원정 경기를 치렀다. 경기 전 김학범 성남 감독은 "비행기를 1시간 타든지 10시간 타든지 체력에 대한 부담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수도권 대표 구단 간 맞대결이라는 자존심 싸움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두 팀의 대결은 과거 양 팀 구단의 상징물을 빗대 '마계대전' 더비라는 별칭을 얻었다. 최근까지도 리그, FA컵 등 우승을 놓고 주요 승부처마다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역대 전적에서는 전날까지 수원이 성남에 24승22무18패로 근소하게 앞섰다.

경기 전 양 팀의 장외 대결도 치열했다. 성남은 구단을 상징하는 까치(작·鵲)와 수원의 닭(계·鷄)을 합쳐 수원전을 '계작살(鷄鵲殺)'로 지칭하고 치열한 혈투를 다짐했다. 수원은 2000여명의 원정 응원단이 탄천종합운동장의 원정 관람석을 가득 메워 뜨거운 응원을 펼쳤다. 이날 탄천종합운동장에는 8369명의 관중이 입장해 지난 14일 전남전(6521명)보다 많은 팬들이 지켜봤다.

두 팀은 전반 내내 지루한 탐색전을 펼쳤다. 그러나 전반 종료 직전 수원 염기훈의 프리킥 한 방으로 분위기가 한순간에 바뀌었다. 염기훈은 전반 추가시간 페널티 박스 바깥 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왼발로 절묘하게 감아차 골문 구석으로 꽂아넣었다. 염기훈은 후반 5분 페널티 지역 가운데로 파고들어 정대세(31)가 땅볼로 내준 패스를 왼발로 그대로 밀어넣어 두번째 골을 터뜨렸다.

반면 성남은 주장 김두현(33), 공격수 히카르도(28)를 앞세웠지만 수원 수비진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데 실패했다. 후반 24분 황의조(23)가 상대의 핸들링 파울로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추격에 나섰지만 추가골을 넣는 데는 실패했다. 성남의 공세를 잘 막아낸 수원은 후반 추가시간 이상호의 오버헤드킥 패스를 카이오가 헤딩골로 연결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인천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골을 넣은 염기훈은 경기 내내 공격 진영에서 활발한 몸놀림을 선보이며 수원 공격의 물꼬를 텄다. 특히 염기훈은 경기 전날 저녁까지도 프리킥 훈련에 매진할 정도로 강한 집념을 과시하며 개인 시즌 첫 멀티골(2골)을 폭발시켰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경기 후 "전날 프리킥 훈련을 많이 해서 '하나 들어갈 때쯤 됐다'고 생각했는데 넣어줬다. 염기훈이 후배들 앞에서 좋은 본보기 역할을 해냈다"며 흐뭇해했다. 염기훈은 "공격 쪽에서 누구든지 골을 넣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수비에서 끈끈하게 잘 버텨줘 공격에서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며 소감을 밝혔다.

한편 포항은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서울과 홈 경기에서 공격수 김승대(24)의 두 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포항은 지난해 K리그, FA컵, AFC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서울에 밀렸던 악몽과 2라운드 울산전 2-4 패배의 충격을 털어냈다. 반면 서울은 개막 3연패 부진에 빠졌다.

성남=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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