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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동맹과 국가이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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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호 39면

미국이 주도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와 중국이 추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와 관련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가 선택을 강요당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구한말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우왕좌왕했던 모습을 다시 보는 듯하다.

이뿐만 아니다. 오는 5월로 예정된 러시아 전승 70주년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 여부도 우리 정부를 괴롭히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은 이미 참석을 결정했다. 하지만 정부는 박 대통령의 참석 여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현재로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모스크바행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행사 전까지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전개되고 있는 일련의 상황은 동맹과 국가이익 사이에서의 선택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자의적 선택이 강조되기보다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것이 더 설득력 있는 해석일 듯하다.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이스라엘의 경우다. 벤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3일 미 의회에서 연설했다. 이란과의 핵협상을 둘러싼 오바마 행정부의 유연한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사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한·미 이상의 동맹국이다. 그런데도 네타냐후의 비난은 거침 없었다.

그렇다면 네타냐후가 국가 이익을 위해 동맹을 훼손했을까. “노(No)”라는 대답이 더 많을 것이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중동정책의 핵심 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미국이 결코 이스라엘을 포기할 수 없으며, 또 양국 동맹도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에서 열린 ‘한·러 수교 25주년 컨퍼런스’에 참석한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의 발언도 주목할 만하다. 한반도 통일과 급변사태 우려에 대한 우리 학자들의 발표와 관련해 그의 어조는 단호했다. “북한은 주권국가다. 어떤 나라도 주권을 갖고 있는 다른 나라와의 통일을 함부로 언급하지 않는다.”

주재국이 마련한 학술행사에 참가한 외교관으로서는 이례적 발언이다. 이는 최근 북한과 더욱 친밀해지고 있는 러시아의 한반도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러시아가 점점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최근 만난 러시아를 전공하는 서울의 모 대학교수는 “박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해 김정은을 만나면 우리의 레버리지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동맹의 공동이익과 개별 국가의 이익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유약한 모습은 더욱 우리 입지를 좁게 만들 것이다. 우리가 미국 주도의 사드에 편입되면 중국이 무역보복을 할까. 중국이 추진하는 은행 설립에 참여하면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바뀔까. 우리 정부가 네타냐후 사례를 좀더 연구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최익재 국제부문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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