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경제살리기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은 건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더욱이 2012년 대선 때 대통령 자리를 놓고 겨뤘던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예상을 깨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연말정산 개선 방안 등 몇 가지 사안에 대해 의견차를 좁혀 ‘발표문’까지 낸 건 의미 있는 일이다.
과거 몇몇 영수회담에서 보였던 힘겨루기나 지지세력을 의식한 무리한 주장과 정치적 구호는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경제를 화두로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서로의 입장차를 조율하는 등 실용적인 대화가 오간 ‘경제 회담’이 됐다는 점은 과거와는 확 달라진 진일보한 회담이었다는 평가다. 여야 간 정쟁에 속이 타들어가던 국민에겐 ‘가뭄 끝 단비’ 같은 청량감을 줬다는 점에서도 신선한 회담이었다고 본다.
이제 남은 것은 발표된 사안에 대해 후속작업을 힘있게 추진하는 일이다. 1시간50분 동안 이어진 어제 회동에서 문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찬성하며, 정부가 정부안을 내놓고 공무원 단체를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표는 법안 처리 시한을 지켜줄 것을 요구했고, 문 대표는 “합의한 날짜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천문학적인 연금 적자를 지금 막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세대가 재정파탄이란 재앙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여야가 국가의 장래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동으로 모처럼 협력의 전기가 마련된 만큼 김 대표와 문 대표는 각각 소속 의원들을 설득해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한시바삐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합심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물론 어제 회동이 여야 모두가 100%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일례로 김 대표는 청년 일자리 확보를 위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원안 통과를 주장했지만 문 대표가 보건의료부문은 빼자고 고집하는 바람에 결국 야당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어제 회동을 계기로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격의 없는 여야 간 대화를 통해 현안을 해결하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아직 정례화에 대한 합의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이런 회동은 앞으로 경제분야뿐 아니라 외교안보, 사회개혁 등 국정 전반으로 확대되는 게 바람직하다. 그것이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모두 윈-윈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