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합니다 … 1.5% 중도상환수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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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강화군에 아파트를 장만한 유모(39)씨는 지난해 5월 이사를 하면서 잔금 6000만원을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치렀다. 원금 일부와 이자를 매달 갚기로 하고 연 4.1% 금리를 적용받았다. 이후 대출금리는 계속 떨어졌다. 2%대 금리까지 등장하고 있는 요즘, 유씨는 속앓이 중이다. “매달 내는 원리금 부담이 크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대출을 갈아타야 하는데 중도상환수수료를 1% 넘게 내야 한다고 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난 12일 사상 최저인 연 1.75%로 낮추면서 대출금리는 2%대로 하락했다. 이 기회를 타 낮은 금리의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고 있지만 중도상환수수료가 발목을 잡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만기 이전에 대출금 전부를 갚으려는 사람에게 물리는 일종의 ‘해약금’이다. 약정한 만기까지 남은 기간과 대출 잔액을 따져 부과하는데 대출금의 1.5%를 매기는 은행이 많다. 지방은행과 일부 외국계 은행은 2%까지도 물린다. 중도상환수수료는 10년 넘게 1.5~2%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준금리는 5%(2000년 3월)에서 현재 1.75%로, 가계대출 금리는 10%대에서 2%대로 추락했지만 요지부동이다.

 급기야 정치권까지 나섰다. 17일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1.75%로 인하했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대출금 중도상환 시 발생하는 수수료는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며 “중도상환수수료 인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에 중도수수료 인하를 이미 권고한 상태다. 그런데도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한 곳만 움직였다. 다른 은행은 정부가 권한 올 상반기를 ‘마감 시한’으로 놓고 눈치 보기에 한창이다. 인하하더라도 소폭에 그칠 전망이다. 은행들이 소극적인 것은 ‘금리 인하로 예대 마진(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로 버는 수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수료 수익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고금리로 빚을 낸 고객이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것도 은행엔 반갑지 않은 일이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시중금리가 낮아지면서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커졌다”며 “은행마다 큰 차이가 없는 수수료율을 경쟁을 통해 내려갈 수 있게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우진 선임연구위원은 “대출자가 중도상환수수료 부담 없이 상황에 따라 대출 기간을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도록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다양화하는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낮은 고정금리로 바꿀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 금리가 연 2.5~2.6%로 정해졌다. 고객이 기존 대출이 있는 은행에서 이 대출로 갈아타면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된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안심전환대출 채권을 은행에서 사들일 때 적용하는 금리를 ‘기본형’(만기까지 금리 동일)은 2.55%로, ‘금리조정형’(5년마다 금리 변동)은 2.53%로 정했다. 은행들은 이 금리에 최대 0.1%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붙인다.

이에 따라 대출자가 부담하는 금리는 연 2.5~2.6% 중반이 된다. 안심전환대출은 만기 10~30년 고정금리에 원리금을 분할 상환하는 조건을 내건 ‘갈아타기 전용’ 대출이다. 전국 16개 은행 지점에서 이용할 수 있고, 이번에 책정된 금리는 다음달까지 적용된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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