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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8도 500여 장 수집해 12년 들여다봤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앞다퉈 신제품이 쏟아지는 요즘, 한 식품회사가 무려 15년만에 된장 신제품을 출시해 화제다. 내년이면 창립 70주년을 맞는 샘표다. 샘표는 2001년 '숨쉬는 콩된장' 이후, 15년 만에 '백일된장'과 '토장'이라는 새 된장을 들고 나왔다. 이 제품 개발 뒤에는 무려 12년간 연구에 몰두한 샘표 우리발효연구중심의 이재중 연구원이 있었다. [정심교 기자의 인물 산책]에서는 이재중 연구원을 시작으로, 화제의 인물을 만나 연속 인터뷰한다.

▲ 이달 4일 서울 충무로 샘표 본사에서 열린 신제품 출시 간담회장에서 발표중인 이재중 연구원[사진 샘표]

-입사 12년만의 첫 제품이라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12년간 된장만 바라본 연구원으로서 '된장'이란.

"첫 질문부터 상당히 어려운 질문인데요. 대한민국 사람 가운데 된장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요. 된장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음, 어렵네요. 지난 십여 년간의 일들을 되돌아 된장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된장은 콩과 미생물이 만들어낸 맛의 하모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시간 대체 무엇을 했나 생각해 보면, 제대로 된 된장 맛을 찾아 다닌 것과 그런 된장을 만들기 위해 미생물들을 연구했던 것이 가장 큰 일이었으니깐요."

-된장을 연구한 계기는.

"이미 시중에 많은 된장이 나와 있습니다만, 아직도 대다수 사람들이 시골된장이라고 부르는 수공된장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재래식된장에 대부분이 밀이 포함돼 있어 전통된장의 맛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대로 된 우리 옛 된장을 한번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라 생각하니 흥분되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말입니다(웃음). 가장 먼저 롤모델을 찾아야 했습니다. 대체 맛있는 된장이란 게 무엇인지 그 정체부터 파악을 해야 했죠."

-맛있는 된장이라는 건 뭔가.

"영화 '식객'에서 '세상의 모든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맛에 대한 기준이 각각 다르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됩니다. 어느 지역에서는 쿰쿰한 향이 나는 것이 맛있는 된장이고, 또 어느 지역에서는 색이 짙어야지만 맛있는 된장이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지역에서는 미역 같은 해조류의 향이 나는 된장이 있고요. 제주도에서 강원도까지 전국 8도에 장 맛 좋다는 집은 다 다니며 장을 수집했습니다. 고르고 골라 한 500종류의 장을 수집해 분석을 해봤습니다. 각 지역의 맛이며 향이며, 어떤 미생물을 쓰는지 등 이것만도 몇 년이 걸리는 일이었습니다. 분석을 해보니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과 향은 분명히 존재 하더라고요. 문제는 그런 맛과 향을 지금의 기술로는 재현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죠."

-연구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을 꼽으라고 한다면.

"다 어려웠다고 얘기하면 너무 재미없겠죠? 산 넘어 산이라는 표현이 맞을까요? 좋은 된장을 찾고 분석을 끝내고 나면, 그런 맛과 향을 내는 미생물을 찾아내는 게 어려웠습니다. 대량생산을 해내려면 조건이 까다롭거든요. 잘 자라야 하는 힘센 녀석이어야 하고 건강해야 되고, 무엇보다 특정한 맛과 향을 낼 수 있도록 여러 미생물을 복합적으로 조합해야 하는데 이게 아주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소에서 테스트로 작게 만드는 것과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도 차이가 큽니다. 대량으로 생산해도 잘 할 수 있도록 기계 설비도 만들어야 하고, 아마 신제품 출시하면서 버린 콩만도 몇 백 톤이 될 겁니다. 진짜 산 넘어 산이었죠."

-미생물 1000여 종을 관리하려면 굉장히 많은 것 아닌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숫자입니다. 그냥 미생물이라고 한다면야 수도 없이 많은 게 미생물입니다. 이 공기 중에도 지금 수백 종류의 미생물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메주 하나에서 분류하는 미생물이 대략 500개쯤 되는데요. 이중에서 유효한 미생물만을 분리해서 연구를 합니다. 어떤 특징이 있는지, 어떤 맛과 향을 내는 미생물인지 그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종균이 됩니다. 그런 종균으로 쓸 수 있는 미생물이 한 1000 여 종 된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1종류의 미생물을 분석하는데 일주일쯤 걸립니다. 1000종류의 미생물을 분류하는데 만도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대략 짐작 가실 거라 생각합니다."

▲ 샘표 지미원에서 만난 이재중 연구원. 올해로 입사한 지 12년을 맞는 이재중 연구원은 첫 된장 신제품을 내놓았다.[사진 샘표]

-대단한 인내력이 필요한 일인 것 같은데.

"제 의지도 중요했지만, 사실 회사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1년에도 몇 개의 제품을 내놓는 시대에,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묵묵히 지켜봐 주고 지원해준 회사가 있었기에 오늘의 ‘된장’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발효’ 라는게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아마 처음부터 알았으면 못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먼 길을 돌고 돌아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조상들이 먹었던 맛을 복원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겁니다. 복원이 아닌 우리 것을 기반으로 한 새로움이야 말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것들이 새롭게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근간에는 분명 '우리'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이재중 연구원은…

▶2000년 호서대 이학사(생명과학전공) ▶2002년 호서대 이학석사(분자생물학전공) ▶2015년 충북대학교 박사수료(식품공학전공) ▶2001년 벤처동아리(미생물탐색동아리) 창설 및 회장역임 ▶2003년~ 현재 샘표식품㈜ 연구소 재직

1. 논문
- Lee, J,J., Lee, D,S., and Kim, H,B. (1999) Fermentation Patterns of Chungkookjang and Kanjang by Bacillus licheniformis B1. Kor. J. Microbiol. 35, 296-301.
- Lee, J.J., Cho, C,H., Kim, J,Y., Lee, D,S., and Kim, H,B. (2001) Antioxidant Activity of substances Extracted by Alcohol from Chungkookjang Powder. Kor. J. Microbiol. 37, 177-181.
- Effects of Aspergillus Species Inoculation and Their Enzymatic Activities on the Formation of Volatile Components in Fermented Soybean Paste (doenjang). J Agric Food Chem 2015 Feb 28;63(5):1401-18.

2. 학술발표
- Characterization of Bacillus pumilus protease (1999.4. 한국미생물학회)
- Fermentation of Chungkookjang and Soy-Sauce by Bacillus licheniformis B1(1999.10. 한국미생물학회)
- Detection of browning materials and polyglutamate in fermented soybean (2000.5. 한국미생물학회)
- Characterization of Bioactive materials derived from Bacillus licheniformis B1 fermentation(2000.10. 한국산업미생물학회)
- Bioactive Material in Chungkookjang Powder (2001.5. 한국미생물학회)
- Global characterization of Bacillus cereus SH-7 (2001.11 한국미생물학회)
- Short Heterodimer Partner Inhibits Transcriptional Activity of Enhancer Regions in HBV Genome.(2002. 10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3. 특허
- 특허명: 바실러스 리케니포미스 비1 균주 및 이의 이용(특허번호: 1003681830000)
- 특허명: 향미가 개선된 발효 식초 및 그 제조방법(특허번호: 10-2014-0192249)
- 특허명: 전통 절구 원리를 이용한 깊은 맛 된장의 제조(특허번호: 10-2014-0075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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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jeong.simkyo@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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