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전문경영인|두산그룹(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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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직까지 우리재계에서 전문경영인과 오너경영인은 「물과 기름」과도 같은 관계라면 지나친 말일까.
그러나 두산그룹의 경영인맥과 경영풍토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는 이같은 걱정을 말끔히 지워도 된다.
전문경영인을 이야기하다보면 피할수없이 오너경영인의 핏즐을 따른 경영인맥에 부딪치게되고 독특한 경영풍토를 따져가다보면 또다시 창업주 흑은 그 2세의 강한개성과 맞닥뜨리게되는 국내의 어느기업 그룹과도 다른 「편안함」이 두산그룹에는 있다.
이를테면 두산 그룹의 경영인맥과 풍토를 더듬어 둘어가는데있어 두산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인 정준창 동양맥주회장(대한상의회장)을 출발점으로 삼아 이야기해도, 두산그룹 3대째의 오너경영인들인 박용곤·용오·용성3형제중 어느 누구의 눈과 입을 빌어 이야기해도 별로 부딪침이없다.
『우리 그룹이요? 모든 권한을 각사사장에게 다 나눠주었지만 단한가지 아직도 회장 혼자만이 움켜쥐고 높지 않는것이 있읍니다. 바로 말단생산직으로부터 중견경력사원에 이르기까지 그룹전체임직원에 대한 채용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임니다.』
박용성두산그룹 기획실장의 이같은 말은 따라서 두산그룹의 내밀스런 사항을 많이 알고있는 오너경영인이 어떤자리에서 내보인 「솔직함」 이라기보다는 개방적인 두산그룹의 중역이라면 누구나가 알고있는 사항이다.
『그룹 경영상의 인화를 해치는 인맥·파벌등은 모두가「자기사람」을 골라뽑는데서부터 시작되기때문에 사원의 채용만은 회장혼자만이 결정하는 것이지요.』
두산그룹의 사원채용·교육·승진· 경영권의 위임등에는 모두 이와같은 일관성이 있다.
즉 실제로 두산은 신입사원을 뽑을때 성격보다는 면접을 중요시하며 면접은 회장(혹은 부회장)한사람만이 직접 대면하고 결정하는 1차면접으로 끝난다.
따라서 생산직사원이든 경력사원으로 채용된 중역이든 두산그룹 모든 임직원의 인사카드에는 빠짐없이 회장·부회장의 사인이 있다.
신입사원의 교육도 요즘 유행하기시작한 「지옥훈련」류의 세찬 트레이닝이 아니라 단 1주일간의 무척 자유스럽고 온건한 교육으로 끝난다.
이에 대한 박용성그룹기획실장의 설명이 재미있다.
『머리가 클만큼 다큰 사람들을 데려다놓고 강압적인 교육을 시켜봐야 뭣 하겠습니까. 스스로 .그룹의 분위기를 겪어보고 일할만한곳이다라는 판단이 서면 되는거지요』
반면 두산그룹은 그룹내의 학교동창회,심지어 인사 동기회에 이르기까지 어떤 형태로든 인맥을 형성할수있는모임은 철저히 막고있다. 「두산인맥」한 줄기면 됐지 다른 인맥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두산인맥」으로 동화된 사람에 대해선 두산그룹은 다른기업과는 또다른 각별한데가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로 정수창동양맥주회장(47년 동양맥주입사), 최주철 동양맥주비상임감사(47년 입사·현 대한아마야구협회장), 한상억동산토건회장(46년입사)등 두산그룹이 지금도「모시고」있는 그룹내 원로경영인을 들수있고, 이들이 바로 3대째 내려오고있는 두산그룹의 오너경영인맥과 「물과 기름」 이상의 관계를 맺고있는 두산그룹 전문경영인맥의 뿌리라고 할수있다.
두산그룹 전문경영인맥은 올해 또다시 새로운 뿌리를내렸다.,
지난 61년 당시 단 2명의 공채1기 신입사원이었던 성우경씨와 정진석씨가 금년2월 나란히 각각 두산농산사장, OB시그램사장에 임명됐고 또한 공채2기인 고종광씨도 올해 한양식품 사장으로 경영일선에 나섰다.
같은날 동양맥주사장으로 취임, 역시처음으로 일선 경영에나선 박용성 그룹기획실장은 지난 7년간 기획실장직만을 맡아오며 일선경영을 삼갔었다.
『왜냐구요? 솔직이 말씀드려 차례 기다리느라고 그랬읍니다. 그룹내 연장자가 먼저 거쳐가셔야 제 차례가 올게 아닙니까.』
이갈은 박용성 기획실장의 설명은 두산그룹운영위원회의 구성멤버와 회의의 분위기, 의논되고 결정되는 사항의 범위등을 살펴보면 더욱 자세히 알수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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