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식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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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기드 미슐랭」-. 식도락가면 누구나 아는 책이다. 파리의 레스토랑 (음식점) 안내서.
거기엔 파리의 음식점들의 역사와 유래, 음식 맛과 풍류가 모두 실려 있다.
이 책이 유명한 건 특히 거기에 실린 별 (★)표시 평점 때문이다. 평가가 공정하고 정확하다는 점이 이 책의 명예가 되기도 한다.
파리의 음식점은 대략 2만개. 그중 별 한개짜리는 70개, 별 두개 짜리는 20개정도, 최고의 맛을 나타내는 별 세개 짜리는 매년 5개, 많아야 7개다. 별 세 개가 붙은 음식점은 경험 삼아 꼭 한번 가볼 가치가 있는 좋은 음식점이다.
매년 개정되는 「기드 미슐랭」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던 별 세개짜리 음식점에 「맥심 드 파리」가 있다. 로와이얄거리 3번지에 있는, 외양으로 봐선 딸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 음식점이다.
하지만 세계 제일의 고급 음식점으로 손꼽히는 유명한 음식점이다.
1890년 문을 연후 지금까지 각국의 국왕을 비롯한 명사들이 단골고객이 되고 있다. 벽돌엔 「로트렉」을 비롯한 세계적 화가들의 명화가 걸려 있다. 음식 맛은 더말할 나위 없고, 기품 있는 서비스는 널리 알려져 있다.
파리엔 「라 투르 다르장」 (은탑) 이란 오리 요리로 세계에 알려진 음식점도 있다. 1880년 문을 연 이후 요리된 오리의 번호가 붙어 나온다. 그 수는 40만마리째가 멀지 않다.
로마에도 세계적 고급음식점은 있다. 「오스트리아 델 오르소」 음식점의 풍격과 요리가 뛰어나 로마 제일의 레스토랑이란 정평을 얻고 있다.
고급음식점은 역사로, 음식 맛으로, 혹은 우아한 분위기로 손님을 맞는다. 손님을 즐겁게 할뿐 아니라 음식점 자체의 품위와 가치를 드높인다.
우리의 음식점들 중 과연 그런 품위와 가치를 세계에 자랑할만한 곳이 몇이나 될까 생각해본다.
반드시 고급 음식점이 아니라도 향토색이 짙은 음식점이라든지, 한국 전통음식의 맛을 그대로 살려온다고 믿을 수 있는 음식점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음식점. 문화는 우리의 전체 문화수준을 반영한다.
특급호텔, 요정, 일식집, 한식집 등 우리 고급음식점들의 위생상태가 우선 말이 아니라는 보고가 있었다.
취사도구에도. 삶은 고기에도 대장균이 우글거린다는 의학협회의 조사보고다.
맛은 둘째고 우선 위생처리부터 「고급화」 하는 노력을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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