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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신랑' '딸바보'…헬기 사고 해경 애잔한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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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백동흠(46) 경위, 최승호(52) 경위, 장용훈(29) 순경, 박근수(29) 경장. [사진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제공]

맹장염 증세를 보인 초등학생을 위해 지난 13일 오후 악천후 속에 출동했다가 전남 신안군 가거도 앞 해상에 추락해 사망·실종된 해경 4명이 저마다의 애잔한 사연을 갖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서해지방해양경비안전본부 목포항공대 동료들에 따르면 정비사 박근수(29) 경장은 올해 말께 결혼할 계획을 세워둔 예비 신랑이었다. 박 경장은 사고 당일 오후 10시40분쯤 구명의를 착용한 채 발견됐지만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에서 결국 숨을 거뒀다.

박 경장은 지난해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유학 중인 여동생을 지켜주던 든든한 아들이자 오빠였다. 여자친구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자고 약속했지만 이젠 지킬 수 없게 됐다. 현재 목포한국병원에 안치돼 있다.

실종 상태인 응급구조사 장용훈(29) 순경은 지난해 4월 임용돼 해경 생활을 시작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사고를 당했다. 아내와 사이에서 지난해 2월 아들을 낳았다. 팀 막내였지만 자부심은 대단했다.

기장 최승호(52) 경위와 부기장 백동흠(46) 경위는 모두 해군 출신으로 경력 20여 년을 바탕으로 해경이 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최 경위는 2008년 2월 임용된 뒤 지난달 16일 서해본부로 발령이 났다. 사고가 난 팬더 헬기와 관련해 870시간 무사고 경력을 갖고 있었다. 해군 시절부터 최근까지 해군참모총장 표창 등 수차례 상을 받았다. 아내와 1남1녀를 둔 가장이자 경력 28년10개월의 베테랑 조종사였다.

해군 생활을 끝내고 지난해 7월 해경으로 임용된 부기장 백 경위는 ‘딸바보’였다. 아내와 두 딸, 아들 등 세 자녀를 키우던 그의 자랑거리는 간호학과에 입학한 큰딸이었다. 전남 서남해가 작전 지역인 해군 3함대에 근무한 경험이 있어 탁월한 업무 능력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15일 오후 현재 정비사 박 경장을 제외한 3명은 실종 상태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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