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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국정원의 간부 찬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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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가정보원이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www.nis.go.kr)에 새로 올린 신임 정무직 고위 간부 다섯명의 프로필 내용이 이채로워 눈길을 끈다.

국정원은 고영구 원장에 대해 "원칙과 개혁성을 겸비했고, 우리 헌법적 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도덕성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고 적었다.

임용 때 논란이 따랐던 서동만 기조실장에 대해서는 "업무추진력.개혁성과 함께 덕망을 갖췄다는 평"이라고 했다.

박정삼 2차장은 "강직하고 합리적 성품을 가진 원칙주의자"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 및 개혁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는다"고 묘사돼 있고, 김보현 3차장은 "대세를 파악하는 능력과 균형감각.전략적 사고가 탁월하다"고 소개했다.

다른 정부 부처의 경우 장.차관의 주요 약력만을 제시하고 인물평 등은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국정원도 중앙정보부 1967년 공채 출신인 염돈재 1차장의 프로필은 간단한 약력만을 올렸다.

국정원을 대표하는 주요 간부들이 바깥에 좋은 인상으로 비춰지길 바라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현란한 찬양 문구로 나열된 프로필이 그 같은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빈축을 사지 않을까.

김대중 정부 시절 수많은 고위 간부가 비리사건에 연루돼 줄줄이 홍역을 치렀고 최근에도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전.현직 고위 간부가 특검에 출두했거나 출두를 기다리고 있다.

몇년 뒤 신임 간부들이 퇴임한 뒤 이러저러한 업적을 쌓았다고 국정원 홈페이지에서 소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영종 통일외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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