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길라잡이] '평생 직장'은 이미 옛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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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김기태 커리어 대표

30대 후반의 대학 동기인 김씨와 박씨가 오랜만에 한자리에서 만났다. 한창 이야기 꽃을 피우던 그들은 대학 졸업 후 10년 만에 두 사람의 연봉이 현저히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졸업 후 식품업체 경영기획팀에서 7년 동안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얼마 전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출당하고 말았다.

이직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던 김씨는 1년여의 구직 활동 끝에 예전보다 몸값을 낮춰 중소기업체에 들어갔다. 반면 벤처기업에서 마케팅 담당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박씨는 꾸준히 경력을 관리했다. 첫 직장이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해 3~4년 주기로 직장을 옮기면서 업계에서 명성을 쌓았다. 현재는 세 번의 이직 끝에 업계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로 대접받고 있다. 몸값도 10년 전과 비교해 세 배나 뛰었다. 대학 졸업 당시만 해도 비슷한 실력을 지녔던 두 사람이 10년 만에 몸값에 큰 차이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경력관리 때문이다. 구직자들은 흔히 취업만 하면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평생 직장은 옛말이 돼 버렸다. 전문성을 무기로 차별화를 시도해야 하며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기 위한 준비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오히려 남보다 뒤처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상시 구조조정 체계를 갖춘 기업이 늘면서 직장인들에게도 이직은 필수 코스가 돼 버렸다. 따라서 경력자들은 자신에게 잘 맞는 회사를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른다고 해서 능력을 인정받는 시대는 지났다.

김기태 커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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