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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물에서 놀고 싶다… 도전! 해외근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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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한국지사 직원을 글로벌 본사나 해외지사로 파견 보내는 외국계 기업이 많다. 로레알코리아 김도형(29·사진오른쪽)대리는 지난해 약 10개월간 영국 지사에서 근무했다.

모 대학 경제학과 3학년 박모(22)군의 졸업 후 취업 목표는 해외 근무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 직장을 따라 잠시 영국에 살았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박군의 꿈은 좀 더 넓은 나라에 나가서 일하는 것이다. 박군은 “해외근무가 많은 코트라(KOTRA)와 종합상사에 입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화 시대를 맞아 해외 근무를 희망하는 취업 준비생이 많다. 외무고시를 통해 외교관이 되거나 공무원이 돼 해외 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보다는 기업체에 입사해 해외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해외 근무가 많은 무역·항공·해운 업체의 담당자들을 통해 입사 준비 요령과 해외 파견 현황 등에 대해 알아봤다.

◆ 종합상사=종합상사 입사 과정에서는 어학실력이 특히 중요하다. 삼성물산(상사 부문)의 경우 삼성 그룹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어학 점수(토익 900점 이상)를 요구한다. 여기다 '장사꾼 조직'답게 영업 마인드를 면접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체크 한다. LG상사의 한 관계자는 "입사 시험 때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바이어를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본다"고 말했다. 종합상사는 세계 각지에 직원을 파견하고 있는 만큼 영어 외에 중국어.스페인어 등 제2외국어를 구사할 경우 유리하다. 입사에 성공하면 몇 년 후 해외에 주재할 기회가 생긴다. 대개 영업(무역.사업개발)과 관리직(관리.금융.인사 등)으로 나눠 뽑는다. 종합상사 중 해외 조직이 잘 짜여 진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 해외에 92개 무역지사와 법인이 있다. 삼성물산은 현지 전문가 양성을 위해 현지에 파견해 어학공부와 문화를 익히게 하는 지역전문가 제도를 운영 중이다.

◆ 항공, 해운업체=항공회사의 경우 일반직 외에 정비직도 해외에서 근무할 수 있다. 정비직은 대학 기계공학과 등 관련 학과를 졸업했거나 항공사가 운영하는 2년 과정의 직업훈련원을 마친 뒤에야 입사할 수 있다. 군 경력을 인정받아 입사하는 경우도 있다. 입사 면접 때 일반직의 경우 서비스 업체답게 조직 내 적응 가능성과 글로벌 마인드 등을 살펴본다. 대한항공의 경우 입사 이후 정식 주재원은 통상 입사 후 8~10년차부터 가능하나, 입사 5~6년차가 되면 단기파견자(1년)로 해외에 근무할 수 있다. 항공사 해외 주재원들은 일반직의 경우 해외에서 여객.화물.공항 부문 등을 맡게 되며, 정비직은 비행기 점검 및 수리를 맡는다. 매출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해운 업체는 입사 시험 때 어학실력과 영업 마인드를 고려한다. 국내 최대 해운업체인 한진해운의 경우 총 30여 개 국에 140여 명이 파견돼 있다. 이들의 임기는 대략 3~4년이다.

◆ KOTRA=코트라는 필기 시험의 비중이 큰 편이다. KOTRA 김병권 인사팀장은 "필수 과목인 경제논술 시험에서 합격점을 받기 위해서는 경제의 각 부분을 폭넓게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택 과목을 제2외국어로 할 경우 해당 언어별로 경쟁을 하게 돼 경쟁률이 다소 낮다. 영어는 토익 830점 이상이 돼야 응시할 수 있다. KOTRA 시험에 통과해 입사하면 2~3년 후부터 대부분 해외 근무를 하게 된다. 현재 전세계 75개국 105개 무역관에 327명이 파견돼 있다. 통상 한번 해외 무역관에 발령이 나면 3~4년 근무한 뒤, 국내 근무를 하고 다시 해외 무역관에 나가는 식이다. 대개 서른 살쯤 공채로 입사할 경우 정년(57세)까지 근무한다고 할 때 통상 4~5번 해외 무역관 생활을 하게 된다.

◆외국계 기업=외국계 기업 중 한국 지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글로벌 본사로 파견하는 회사들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전세계 140개국에 지사가 있는 화장품 업체인 로레알이다. 이 회사는 '모빌러티(부서 이동 및 해외파견)'라는 이름으로 한국 근무 직원들이 외국에 나가 근무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담배회사인 BAT도 해외 지사별로 직원을 상호 파견하는 '재능교환'제도를 운영중이다. 이런 외국회사는 수시채용이기 때문에 평소에 관심 있는 회사에 이력서를 보내놓고 홈페이지에 수시로 들어가 최신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정부조직 중에는 외교통상부.재정경제부.노동부.산업자원부.국정홍보처.국가정보원.국방부.한국은행.문화관광부.중소기업청 등이 주요 국가에 해외 주재원을 두고 있다.

윤창희 기자

이렇게 뚫었다

올 9월 KOTRA에 입사한 민유지(26.주력산업유치팀.사진)씨는 고려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 통상을 전공했다. 민씨는 "여성이지만 해외에서 한국 기업들의 수출과 투자를 돕는 일이 무엇보다 보람될 것으로 판단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민씨는 KOTRA의 직장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올 3월부터 약 두 달 동안 인턴 사원을 했다. 그는 인턴을 하며 KOTRA가 자신의 평생 직장으로 적합한지 살폈다. 결심을 굳힌 민씨는 5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통상 1년 이상 공부해야 하는 KOTRA 입사 시험을 짧은 기간 공부해서 뚫은 것은 평소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민씨의 설명이다. 대학원에서 공부한 경제학을 선택 과목으로 택했고, 대학 시절부터 영어 공부를 부지런히 해 토익 970점을 확보했다. 민씨는 " KOTRA는 아무래도 공기업이라 아직 필기시험의 비중이 큰 편"이라며 "평소 경제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1차 필수과목인 경제 논술의 경우 신문에 나오는 경제 기사를 자주 읽은 것이 도움이 됐다고 민씨는 덧붙였다.

민유지 KOTRA 주력산업유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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