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재편의 향방|여야 영입조건이 변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차 해금이 단행되어 전직의원 72명이 풀려나는 등 정치권역이 확대됨에 따라 1차 해금후 정중동의 상태에 있던 정국은 각당의 해금인사영입 등 정계재편을 향해 숨가쁘게 치닫게됐다.
특히 12대 총선거라는 현실적인 데드라인이 그어져 있는 상태에서 이들의 향배가 정국향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따라서 각당의 움직임과 그 사이를 비집고 태동할지도 모르는 신당출현 가능성이 우선 관심거리로 등장한다.
2차 해금내용을 보면 정부-여당측은 강력한 야권신당이 출현함으로써 기존의 민정-민한-국민당으로 이뤄진 정치질서가 깨뜨려지는 상황은 단연코 배제하겠다는 것이 기본원칙이었던 것 같다. 그같은 의도는 신당창당의 구심역할을 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중량급인물은 제외됐다는 점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이같은 신당출현저지라는 전제위에서 정부-여당측 정계개편의 방향을 △민한당의 현세유지 △국민당의 보강이라는데 둔 것 같다.
그동안 구공화·신민당 중진들에 대한 여당측의 의사타진 내막도 민한-국민당으로의 교통정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민정당측의 수용의사를 타진했다는 것도 정부-여당의 속뜻을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민정당측은 이같은 기본도식위에서 1, 2차 해금인사들에 대한 영입작업을 펼 것으로 보이며 그 대상은『구공화· 신민당 인사가 모두 포함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현실적으로 호남지역에서의 당세확장, 야당세의 상쇄를 위한 총선거전략의 차원에서 이들을 받아들일 필요를 갖고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영입작업은 야당의 영입과정과 당내사정 등을 충분히 고려해서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들이다.
정부-여당이 이번 추가해금을 통해 노리는 또 하나의 효과는 이번 해금이 야당의 해금인사 영입작업을 순조롭게 하고 촉매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점인 것 같다.
1차 해금후 구신민당 소속의원 17명이 풀렸지만 이들은 아직껏 거취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2차 해금으로 22명의 구신민당 의원들이 풀렸고 이들이 총선거를 앞둔 다급한 상태에서 신당을 결성할 소지가 없다고 판단하면 민한당을 선택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성립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신당태동이 어렵다고 해서 민한당의 영입작업이 반드시 순탄하리라고 예상하기란 여전히 어려운 상태다.
1차 해금자들이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민한당의 공천보장이라는 미묘한 문제 때문이며 이것은 2차 해금 후에도 마찬가지다.
민한당측은 『과거 야당동지들이 풀려 입당을 원하면 쌍수를 들어 환영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현역의원들이 있는 상황에서 선뜻 공천보장을 해줄 수는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민한당의 「무조건입당」 원칙이 그대로 남아있고 해금자들의 「공천보장」 요구가 맞서는 한 영입교섭은 상당한 진통을 겪지 않을수 없다.
1, 2차 해금을 통틀어보면 10대 신민당의원 10여명이 자주 모이는 편이고 그밖에는 성향으로 볼 때 이들을 적극적으로 통합해서 리드할만한 인물이 없다. 설령 이들이 모여 단체행동기구를 결성한다고 해도 상황은 오히려 더복잡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이다.
결국 민한당 영입교섭은 당지도층의 개별영입교섭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민한당 내부사정도 해금자의 영입에 있어 앞으로의 당체제를 놓고 당직자들간의 이해가 다르고 지역구를 둘러싼 현역과의 마찰 등 만만찮은 문제들을 안고있다
이러한 영입과정에서 해금자들이 입당후 공천경쟁을 유리하게 할수 있는 여건조성이 전혀 이뤄질 수 없다고 판단할만한 상황이 전개되면 영입교섭은 난항에 부딪쳐 예상 밖의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12대 선거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의사를 다분히 가지고 있는 미해금 재야 쪽에서 이런 틈새를 파고드는 경우 오히려 정치 대기조들이 늘어나는 불확실한 장면이 계속될 수도 있고 자칫 신당결성 쪽으로 흐를 소지마저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같은 정국불안정요소는 여야에 모두 바람직하지 않고 따라서 의외의 방향에서 문제가 풀려나갈 소지도 없지 않다. 국민당의 사정도 그리 간단치는 않다.
상당수의 구공화당 출신 의원들이 풀려났지만 이들이 막상 국민당을 선택할는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국민당이 그동안 접촉한 결과로도 대부분은 관망하겠다는 자세를 지키고있다.
특히 여당성향인 과거 공화·유정회 출신들은 민정당 측이 그들을 선택해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고 이마저 이뤄지지 않을 경우의 정치무대로 국민당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구여당 출신의 국민당 선택은 민정당의 공천윤곽이 드러난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거제도 등의 가정에 의해 국민당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여건이 생기면 상당수의 구정치인이 국민당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현재의 당체제는 당분간 유지되더라도 결국은 당체제의 근본적인 개편요구가 강력히 제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같은 여러 가지 상황을 토대로 2차 해금후의 정국을 진단할 때 정부-여당이 내심으로 그리고 있는 정치구도가 반드시 원활하게 이루어지기에는 복잡한 변수들이 내재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들을 물어나가기 위해서 정부-여당측은 △3차 해금 △총선거의 시기선택 △선거법협상 등 가능한 모든 제어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짐작된다. <김영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