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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의 생각의 역습] 생각을 가두는 소유효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속담이 있다. 똑같은 물건이라도 내 것보다 상대방 것이 더 좋아 보인다는 얘기다. 하지만 막상 상대방으로부터 물건을 맞교환하자는 제안을 받으면 우리 뇌는 속담과는 조금 다르게 반응한다.

한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를 반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시중가격 6달러 짜리 머그컵을 주고 적정 판매가격을 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나머지 그룹에게는 머그컵을 주지는않고 적정하다고 생각되는 가격을 정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동일한 머그컵에 대한 판매자 책정가격이 구매자 제시가격보다 두 배나 높았다. 우리 뇌는 똑같은 물건이라도 소유 여부에 따라 금전적 가치를 다르게 인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거래는 이익을 남기기 위한 경제적 행위이기 때문에 실제로 본인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가격과 표면적으로 흥정하는 가격이 다를 수 있다. 연구자들은 우리 뇌에 작동하는 소유효과를 좀 더 자세하게 확인하기 위해 실험 참가자를 판매자 그룹과 구매자 그룹, 선택자 그룹의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판매자 그룹은 머그컵을 소유한 그룹으로, 본인이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있다. 구매자 그룹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가격에 머그컵을 구매할 수 있다. 선택자 그룹은 머그컵과 돈(시중가격) 중 하나를 선택해서 받을 수 있다. 선택자 그룹은 선택권이 있기 때문에 굳이 판매자 입장에서 가격을 높이거나, 구매자 입장에서 가격을 낮게 책정할 필요가 없다. 가장 객관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험 결과 동일한 머그컵에 대해 세 그룹이 각각 적정하다고 제시한 가격은 다음과 같다.

A. 판매자 그룹 : $7.12
B. 구매자 그룹 : $2.87
C. 선택자 그룹 : $3.12

소유효과로 인해 판매자 그룹 가격이 구매자 그룹보다 높은 것은 앞의 실험에서도 확인되었다. 하지만 가장 객관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선택자 그룹에 비해서도 판매자 그룹의 제시가격이 여전히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는 단순히 거래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욕구를 넘어 우리 본능에 이미 소유한 물건은 다시 내놓기를 꺼려하는 감정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뇌는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을 내놓을 때 불안과 고통을 일으키는 두뇌 영역이 활성화한다고 한다. 즉 우리 뇌는 본능적으로 소유한 물건을 포기하는 걸 불안과 고통을 주는 위험으로 인식하며, 이러한 심적 손실에 대한 보상으로 물건에 더 높은 가치(가격)를 부여한다. 또 우리 뇌는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매각하는 걸 손실로 여기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매각상황을 무의식적으로 피하려 한다.

한 연구에서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을 무작위로 섞은 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연구자는 설문지 작성의 대가로 한 그룹에게는 ‘값비싼 필기구’를 선물로 제공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스위스 초콜릿바’를 제공하였다. 이후 연구자는 학생들에게 본인이 원하는 물건으로 교환이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실제로 물건을 교환한 학생들의 비율은 10%에 불과하였다. 잠깐 지니고 있었던 데다 현장에서 즉시 교환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자신이 소유한 물건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이성은 거래를 통해 더 높은 이익을 추구하려 한다. 반면 본능은 수중에 들어 온 것은 일단 지키려 한다. 손에 쥐고 있는 것에 대한 애착이 강할수록 우리 뇌는 필요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에 집착하기 쉽다. 집착이 강해지면 생각이 갇히고 객관적 판단능력은 급속히 상실된다. 손에서 놓아야 바로 볼 수 있다.

최승호 도모브로더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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