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화의 정신속에 각자 「개성」드러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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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금 동덕미술관에서 「광복1세대전」(15∼21일)여 열리고 있다.
「광복1세대전」은 해방후 미술교육(대학)을 받은 박세원·안동숙·박노수·장운상·권영우·안상철·전영화·최종걸·남궁훈·민경갑·장선백씨등 한국화가들의 작품전이다.
서울대에는 해방 다음해인 1946년9월에 예술대학을 신설, 그안에 미술학부를 두었다.
우리나라에서 미술교육의 대학과정이 시작된것은 서울대가 처음.
이때 한국화교육의 과제는 왜색읕 제거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지도를 맡은 근원(김용준)·월전(장우성)선생은 이문제에 많은 연구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문제는 일본화의 후도식채색화에 대한것인데, 이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배격·제거의 대상으로 세론은 말하고 있었다.
일본식 채색화를 배격하다보니 동양의 북종 채색법이 엄연히 존재하는것 마저도 잊어버렸다고나 할까, 거론할 계제가 못되어서였던지 언급하는 이조차 없었다.
동양의 남종화 배종화는 면면히 이어온 우리의 그림이다.
서울대 미술대학에서는 광복후 한국화의 진로를 남화의 정신과 그 수법인 선염 담채의 길로 정하였다.
이때문인지 「광복1세대전」에 보이는 작품도 이런 요소들을 녹여, 각자 체질에 맞는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화의 전통적 특징은 선의 형체를 먹을 써서 이루었고, 화면의 공간(여백)을 도입하여 기운생동의 세계를 얻는데 두였다. 이는 이미 1천년 이전에 벌써 동양에서 정립된 표현의 길이다.
먹과 선을 택한데도 정신적 바탕이 있으려니와 운으로서의 무한감 조성을 꾀한것은 참으로 지고의 것이 아닐수 없다.
오늘날 한국화에도 동양특유의 것이고 버릴수 없는 고격의 「묵·선·운」세가지 조건은 길이 이어 간직함이 옳겠다는 생각이다. 「격」을 마음에 두고 각자 새길을 열도록 노력해야 할것이다.
전통은 송두리째 탈바꿈하지 않는것이며, 다만 시대에 따라 부분적 변모를 가져옴이 마땅하지 않을까….
화가의 경우 개성적 표현은 누구나 원하는 바다. 그러나 모르는 동안에 표출되는것이 개성이라면 한국화역시 한국인의 진솔한 노력 자세에서 풍겨나오는 바로 그것, 한마디로 세계수준의 청고한 아치가 아닐까….
(한국화가·예술원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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