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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 장관, 성매매 단속 중단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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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장하진(사진) 여성부 장관이 부산의 성매매 집결지를 방문해 관할 경찰서장에게 성매매 단속을 일시적으로 중단해 달라고 요청해 파문이 일고 있다. 장 장관은 9일 부산 완월동 성매매 집결지를 방문했다. 여성부가 추진 중인 성매매 집결지 시범사업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성매매 집결지 시범사업은 성매매 업소에 있는 여성 가운데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매달 상담(4회)을 받으면 의료비와 생계비 등을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장 장관은 현지 성매매 여성 모임인 해어화 회원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들은 "왜 완월동만 단속을 강하게 하느냐""단속을 심하게 하면 성매매 집결지 시범사업에 협조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장 장관은 곧바로 관할서인 부산 서부경찰서 이제성 서장을 찾아갔다. 그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자활로 이끌지 않고 단속만 강화하면 곤란하다"며 "이틀간(9~10일) 단속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성매매 집결지 단속 강화를 강조해온 평소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경찰은 장 장관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해당 지역 순찰차를 4대에서 2대로 줄이고 순찰 범위도 집결지 외곽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여성단체들은 13일 장 장관의 처신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의 한 관계자는 "어떤 맥락에서도 여성부 장관이 성매매 집결지 단속을 완화하라는 요청을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집결지 현장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단속 완화를 전제로 시범사업에 협조하겠다'고 말한 것도 성매매를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여성부는 파문이 일자 "장 장관이 집결지 시범사업의 지속적인 수행을 위해 성매매 여성들의 요청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경찰에 단속 유예를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여성부 관계자는 "단속을 심하게 하면 여성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 집결지 시범사업이 효과를 볼 수 없고 그렇다고 단속을 하지 않으면 성매매를 용인하는 꼴이 된다"며 "자활사업은 이런 모순적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문경란 기자, 부산=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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