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안정" 78% "과거 시정" 2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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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과거사 정리보다는 관용과 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민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총리실 산하 광복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한국 갤럽과 공동으로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선진 한국 국민의식'을 조사한 결과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균형과 조화'라는 주장에 동의한 응답자는 84.7%였고, '자기변화와 혁신'이란 주장에 동의한 응답자는 73.8%였다. 역사가 발전하려면 '관용과 타협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에 85.2%가 찬성해 '갈등이 자유롭게 표출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한 응답자(73.3%)보다 많았다.

또 우리나라가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바람직한 방식에 대해 응답자의 77.7%가 '사회 안정'을 택했고, 22.3%는 '과거 잘못 시정'이라고 답했다. 새로운 시작에서 주안점을 둘 분야로는 경제성장(59%)이 공정한 분배(41%)보다 우선시됐다. 새로운 시작을 이끌어갈 지도자로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41.5%)보다는 국민화합형 지도자(58.5%)를 선호했다. 또 사회가 세대 통합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74.2%인 반면 세대교체의 방향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25.8%에 그쳤다. 그러나 나이가 적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세대교체를 강조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선진 한국을 건설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는 부정부패(55.4%)가 꼽혔고 노사분규(21.3%)와 전쟁 위험(8.6%)이 뒤를 이었다.

사회갈등을 우려하는 국민도 많았다. 응답자의 91.8%가 현재 우리 사회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갈등이 가장 심각한 분야로는 여야관계(95.2%)가 꼽혔고, 빈부갈등(92.8%)과 진보와 보수(89.6%)가 뒤를 이었다. 영.호남 갈등은 61.6%, 남녀 갈등은 38.8%로 상대적으로 심각하게 인식되지 않았다. 사회갈등을 원만히 해결하는 데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는 집단 이기주의(35.4%)가 꼽혔고 정치권의 국민통합기능 저조(33.5%)와 행정부의 갈등조정능력 부족(15%)이 뒤를 이었다.

본인의 이념 성향에 대해서는 보수적이라는 응답(40.8%)이 진보적 성향(37%)보다 많았다. 개인과 집단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에는 집단이 먼저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51%) 눈길을 끌었다. 경제성장(39.8%)과 환경보전(37%)의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비슷한 응답이 나왔다. 또 한반도 상황을 풀어나가는 데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중심(66.6%)이 미국과의 동맹 중심(33.4%)보다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조사를 기획한 한상진 추진위원장은 "국민 다수가 역동성과 균형 중 균형 쪽을 더 중시하는 성향을 나타냈다"며 "앞으로 한국 사회의 방향타를 정할 때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국가안보.경제발전 분야는 박정희 전 대통령, 정치민주화.사회복지.인권.대북관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가장 잘한 것으로 평가됐다. 우리나라 위상을 높이는 데 가장 공헌한 대통령으로는 박정희(58.7%).김대중(37.6%) 전 대통령이 꼽혔으며, 전두환(1.4%).이승만(1.1%).노태우(0.3%).김영삼(0.3%) 전 대통령 순이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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