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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간 멈춘 전광판…그리고 뒤집힌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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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2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스와 LG의 6강 PO 3차전 4쿼터 도중 고장난 전광판. [사진 KBL]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경기가 전광판 고장으로 중단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 뜻하지 않은 사고는 뜨거운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고, 승부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12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스와 창원 LG의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오리온스가 4쿼터 시작 50초 만에 트로이 길렌워터(27)의 미들슛이 성공해 59-52로 앞선 상황에서 전광판의 시계가 ‘9분10초’에서 갑자기 ‘1분55초’로 바뀌었다. 점수도 57-52에서 그대로 멈췄다.

골대 위 계기판을 제외한 체육관 내 전광판 전체가 오작동하자 심판진 3명은 즉시 경기를 중단시켰다. 하지만 전광판 복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경기장 한 켠에 임시 전광판을 세워 경기를 속개했다. 이 과정에서 김진(54) LG 감독이 임시 전광판 위치를 놓고 강하게 항의하는 등 실랑이가 이어지면서 경기는 15분 가까이 중단됐다.

 갑작스런 전광판 오작동은 경기장 내부 전산 시스템이 고장나면서 벌어졌다. 오리온스 관계자는 “전광판으로 기록을 쏘는 컴퓨터에 오류가 생겼다. 서버에서 경기 시간과 관련한 데이터 전송이 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복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임시 전광판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 시즌 동안 흘린 땀의 결과를 확인하는 플레이오프에서 이 같은 소동이 벌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선수도, 감독도, 팬들도 맥이 풀렸다. 경기 중단 시간이 길어지자 일부 관중은 “농구 안 하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프로농구에서는 지난 2002-2003시즌 챔피언결정전 5차전 대구 오리온스-원주 TG삼보 경기 도중 시간 계시원의 실수로 15초가 흐르지 않은 채 경기가 진행되는 촌극이 벌어진 바 있다.

 경기 장소 고양체육관은 지난 2011년 7월 준공한 최신식 경기장이다. 경기에 앞서 홈팀과 KBL 관계자가 코트 상태와 전광판 등 각종 시설을 점검했는데,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KBL 관계자는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상황으로 판단했다. 일부러 고장 낸 것도 아닌 만큼 향후 경기장 관리 부분에서 만전을 기해줄 것을 오리온스 측에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1승 1패로 팽팽하게 맞선 LG와 오리온스는 이날 3쿼터까지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LG가 데이본 제퍼슨(29) 김종규(24)를 앞세워 골 밑 승부를 펼쳤고, 오리온스는 트로이 길렌워터 , 허일영(30)을 내세워 맞불을 놓았다. 5점 차 내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던 상황에서 전광판 고장으로 경기가 중단되자 선수들의 집중력이 흔들리면서 경기의 흐름도 바뀌었다.

 전광판 해프닝 이후 웃은 팀은 LG였다. LG는 주득점원인 제퍼슨이 4쿼터 종료 3분53초 전 5반칙 퇴장을 당했지만, 냉정함을 잃지 않고 대결을 펼쳤다. 결국 4쿼터 종료 24.5초 전 김시래(26)가 골밑슛을 성공해 역전에 성공했다. 3쿼터까지 3점에 그쳤던 김시래는 4쿼터에만 10점을 몰아넣으며 역전승을 이끌었다. 김시래는 이날 13점 6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 했다. LG는 74-73, 1점 차 승리를 거둬 오리온스에 2승1패로 앞섰다. 김진 LG 감독은 경기 후 “(전광판 고장으로) 흐름이 끊겼다. 오래 쉬면서 우리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임시 전광판이 하나밖에 없다는 건 문제가 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고양=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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