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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지리…체르넨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서기장 선출의 뒷 얘기가 아직 흘러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엮어볼 수 있는 가장 그럴듯한 가설은 정치국 장로들의 파벌을 초월한 연합전선 구축설이다. 최연소 정치국원이며「안드로포프」아래서 급성강한 신진기예「미하일·고르바초프」(52)에게 제동을 걸기 위해 몰다비아파의「체르넨코」를 비롯해「브레즈네프」시절 같은 범주류에 속했던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파의「니콜라이·티호노프」수상(78)과「블라디미르·시체르비츠키」우크라이나 당 제1서기(65) ,「솔로멘체프」당 통제위원장(71) , 카자흐파의「딘무하메드·쿠나예프」카자흐 공화국 제1서기(71)등이 뭉치고 여기에「빅토르·그리신」모스크바 당 제1서기(69)가 가세했을 것이다.
이에 반해 소장층이 많은 「안드로포프」계열은 자기들 쪽이 절대 우세하지 못한 이상 행동 통일을 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우스티노프」국방상(75)은「고르바초프」를 밀어온 것으로 알려졌었지만 그 자신 고령이므로 새 세대가 들어서면 필연적으로 불어울 변화와 세대 교체의 바람을 달가와 했을리 없고, 따라서 여러모로 보아 권력집중의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체르넨코」를 밀었거나 중립입장을 취했을 가능성이 크다.「그로미코」외상(74)도 마찬가지다.
한편 「알리예프」(60), 「로마노프」(61) 등은 그들 자신이 물망에 올랐는데다 가장 젊은 「고르바초프」가 서기장이 될 경우 자신들은 적어도 10여년 이상 기다려야 될 것이란 계산아래 적극적인 연합전선을 펴려 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장층은 각기 훗날을 기약하며 자신들의 지위를 보장하는 내용의 협상을 한뒤 과도기적 지도자로「체르넨코」를 밀기로 했울 수 있다.
새 서기장을 선출한 뒤 다시 「안드로포프」의 빈소를 찾은 정치국원들의 위치로 본 서열은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소련TV에 비친 도열순서를 보면 「고르바초프」와 「로마노프」가 「체르넨코」서기장의 옆에 나란히 서 있었다. 지난주 금요일 정치국원들이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는 원로들이「체르넨코」바로 옆에 섰었고, 두「청년」은 좀 떨어져 있었다. 지난 3일 동안 무언가 협상이 성립됐다는 조짐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체르넨코」는 72세. 서기장 취임 당시 이만큼 늙은 사람은 전에 없었다. 「안드로포프」서기장의 68세 취임기록을 불과 1년 반만에 경신한 셈이다.「체르넨코」는 건강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어서 지난해 봄엔 폐렴으로 두달 가까이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못했었다.
그러나 그를 전혀「타협후보·과도지도자」로만 보기는 힘들다. 1년여 동안의 침참끝에 권좌에 오른 그의 정치실력을 무시할 수만은 없으며 돌이켜보면「안드로포프」와의 갈등이나 역관계도 생각했던 것처럼 심하거나 일방적인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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