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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기어' 진행자, PD 폭행으로 프로그램 하차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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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의 인기 자동차 쇼 프로그램 ‘톱기어(Top Gear)’의 진행자 제레미 클락슨이 프로듀서를 폭행해 하차 위기를 맞으며 BBC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마초남’ 이미지로 시청자들의 폭발적 사랑을 받는 클락슨을 그만 두게 하고 다른 진행자를 투입할 경우 시청률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락슨은 지난주 ‘탑기어’ 담당 프로듀서를 폭행했다고 영국 언론이 11일 전했다. BBC는 10일 클락슨을 출연 정지시키고 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15일 저녁 방송분과 시리즈 내 2회 잔여분의 방송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클락슨은 “주먹다짐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BBC가 클락슨에게 출연 정지를 통보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11일에만 60만 명 가량이 그의 복귀를 요구하는 인터넷 청원 운동을 벌였다. BBC로서는 클락슨을 그만 두게 할 경우 프로그램 성공 여부도 고민이지만, 당장 잔여분을 상영하지 않게 되면 해외의 제휴 방송사들로부터 배상 요구도 걱정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돈이냐 명성이냐, BBC가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클락슨은 이전에도 각종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아르헨티나에서 자신의 차에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을 연상케 하는 ‘H982 FKL’란 번호판을 달았다가 촬영 중 현지 주민의 공격을 받았다. 포클랜드 영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는 영국을 싫어하는 아르헨티나인의 감정을 건드려 BBC와 아르헨티나가 대립하기도 했다. 방영되진 않았지만 프로그램 중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인 ‘니거(nigger)’라는 표현을 써 BBC가 “한 번만 더 걸리면 하차시킨다”고 최후 통첩을 한 바 있다.

‘톱기어’는 1977년 BBC의 영국 미들랜드 지역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가 세계적 사랑을 받으며 BBC의 최대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88년 직설적 입담과 함께 마초 캐릭터의 클락슨을 기용하며 인기가 더 높아졌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170개국 3억 5000만명이 시청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는 프로그램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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