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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앞당겨질 동서정상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영국버밈검대학의 소련문제전문가 「데이비드·레인」교수는 「안드로포프」의 사망이 동서대화를 재개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지만 소련의 대서방정책은 당분간 별다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소련의 정치 및 사회』 『러시아공산주의의 뿌리』 『공산주의사회에서의 노동자계급』 등 소련 및 공산주의문제에 관해 다수의 저서를 갖고있는 「레인」교수는 「안드로포프」의 뒤를 이어 권력을 장악할 사람은 「콘스탄틴·체르넨코」라고 단정했다.
-「브레즈네프」의 오른팔 이였으며 그동안 별로 두각을 드러내지 않았던 「체르넨코」를 짚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우선 현재 12인의 정치국원 회의에서 반대를 제일 적게 받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82년11월에도 「안드로포프」와 끝까지 경합을 벌였을 정도로 이미 그 당시부터 상당한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었지요. 「안드로포프」 치하에서 몰리는 입장이긴 했으나 그의 영향력을 완전 거세시키기엔 「안드로포프」가 너무 빨리 죽었어요.
장기집권에서 다져진 「브레즈네프」의 추종세력이 아직도 강성하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나타나지 않았읍니까.
「안드로포프」장례위원장직을 그가 맡을 수 있었다는 것이 좋은 증거가 될 것입니다.
-강력한 도전자로 지목되고있는 「그리고리·로마노프」와 「미하일·고르바초프」는 어떻습니까.
▲둘다 「안드로포프」아래서 빠르게 떠올랐지만 52세인 「고르바초프」를 봅는다는 것은 최고권력의 야망을 갖고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20년 이상을 기다려야할지도 모를 사태가 우려되기 때문에 주저하게 될 것이고 「로마노프」는 지지기반이 매우 약한 실정입니다.
-「체르넨코」가 권력을 장악할 경우 그의 나이(72) 때문에 과도기집권자에 불과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단 그가 장악하면 죽을 때까지는 그 자리를 지킬 것으로 봐야합니다. 현재 건강상태로 보아 4∼5년은 가지 않을까 생각되어지는군요.
-앞으로 대서방 관계라든가 소련내부의 변화는 어떤 것이 예상됩니까..
▲소련내부의 권력층 내부에는 약간의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부패와 비능률의 낙인이 찍혀 수세로 몰리던 「브레즈네프」 추종세력이 다시 활기를 찾는 것 같은 현상이지요.
그러나 현재의 소련 권력체제는 정치국회의에서 주요결정을 내리는 집단지도체제이므로 누가 당서기장이 되고 최고회의 간부회의장이 된다해도 독단하는 사태는 없을 것입니다.
소련의 대서방정책은 별다른 변화가 있을 것 같지 않구요.
-그럼 「안드로포프」이후의 동서관계도 계속 긴장과 대치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겁니까.
▲내가 얘기하는 것은 당장관계가 개선될 것처럼은 기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소련은 당장 능동적인 자세로 대서방관계를 개선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한 노력을 할 수 있으려면 새지도자의 권력기반이 굳어져야 하는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걸리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안드로포프」 장례식을 계기로 동서양진영의 지도자들이 대거 모스크바에 집결하지 않습니까. 동서간 대화재개와 무드조성의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아이로니컬 합니다만 「안드로포프」가 살았으면 동서간의 정상급대화가 훨씬 지연될 뻔했는데 그가 죽음으로써 앞당겨 실현될 수 있게 됐읍니다.
미·영·서독 등 서방측 지도자들이 모스크바에 가서 그곳의 새 권력자와 지도자들을 만나고 대화를 하게됨으로써 관계개선을 모색하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특히 강력한 반소지도노선을 펴왔던 「대처」 영국수상이 그곳에 가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안드로포프」가 집권할 때도 군부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고 그가 병석에 누워있는 동안 군부의 영향력은 두드러지게 강화된 감을 주었습니다. 소련의 군부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군부는 소련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력집단임에 틀림없습니다. 사실상 지금 상태에서 당서기장이 되려면 「우스티노프」 국방상을 정점으로 하는 군부의 지지 내지 묵인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우스티노프」를 킹메이커로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군부의 영향력이 강화되고있고 그들은 군비축소나 긴장완화에 부정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작년 9월의 KAL기 격추사건도 군부가 동서간의 긴장완화를 원하고 있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었지요.
-군부의 입김 때문에 앞으로 군축회담이 재개된다해도 비관적이라는 얘기가 되겠군요.
▲그런 편이지요. 적어도 군축의 어떤 결실을 거두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요구될 것입니다.
그러나 중단된 미소간의 군축회담은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고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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