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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9)제80화 한일회담(138)-이대통령 외신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후지야마」 외상이 자신의 선도적 북송추진계획을 일본여론의 압력이라고 핑계대고 있을 즈음 국내 정국은 24파동의 후유증을 타개하는데 골몰해 북송에 대한 조직적 반발여론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유태하공사가 2월9일 이대통령에게 국내 정치인들이 이에 대해 침묵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였다.
외교가 내치의 연장이며 국내정치의 뒷받침 없이는 그 효과적 수행이 어렵다는 판단에서 우리는 북송저지를 위한 정부·여당 연석회의를 소집키로 했다.
그래서 나는 경무대 박찬일 비서관을 통해 이기붕 국회의장에게 12일 정부·여당 연석회의를 외무부에서 열터이니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장관도 각의에서 이 점을 말하고 12일에 될수록 모두 회의에 참석해 거국적 북송반대방안을 협의하자고 요청했다.
이대통령도 9일 AFP통신과의 서면회견을 통해 『일본의 부당한 처사를 결코 방관만 하지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북송반대입장을 공식 천명했다.
이대통령은 『일본이 한국인들을 공산주의 노예상태로 몰아넣으려고 위협하고 있다』고 말하고 일본이 주장하는 인도주의의 허구성을 격렬하게 통박했다.
『일본은 지금까지 이들 한국인들을 노예와 같이, 심지어는 가축처럼 취급해 왔으면서 이제와서는 10만명 이상의 한국인들을 공산주의자들이 점령하고 있는 북한으로 보내는 동기가 인도주의에 있다고 운위하고 있다.
일본은 재일교포를 취급함에 있어서 인도주의를 표시한 적이 전혀 없었다. 또 이들 한국인들에 대해 일본이 전시에 저지른 범죄의 댓가를 지불하지도 않았다.
지난 수년간 일부의 불법입국자를 포함해 2천여명의 한국인들은 기소및 재판에 회부됨이 없이 일본집단수용소에 투옥당했다.』이대통령은 일본집단수용소의 냉혹하고도 야만적인 대우로 일부 교포들이 옥사한 사실을 지적, 『이 같은 비인간적인 행동의 죄과가 갑자기 인도주의와 관련된다고 하는 것은 기묘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대통령의 회견은 일본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졌던것 같다. 일본측은 이대통령의 회견으로 미루어 유공사의 경고가 구두선이 아닐지 모른다는 판단을 하고 평화선 부근에 출어하는 어선들에 대한 경비강화책을 세우는등 분주히 움직였다.
「후나다」자민당 외교조사위원장과「야쓰기」(시차일부)씨등은 「기시」수상에게 한국측을 지나치게 격분시키는 것은 이롭지 않으니 2월13일로 예정된 일본 각의에서의 북송방침 결정을 미루라고 강력히 진언했다.
이들은 『한국의 위협이 단순한 위협용이 아니라 실행을 전제로 한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기시」수상은 『「아오끼」(청목) 국가안보위원장과 「후지야마」외상이 13일 각의에 북송계획을 공식으로 승인받고자 단호하게 나오고 있어 나로서는 정말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고백했던 것으로 나는 듣고 있다.
「기시」수상은 「후나다」위원장이 북송계획 안건을 각의에 올리는 것을 미루라고 권고하자『나도 북송계획을 포기시키기 위해 각료중 동조자를 얻으려고 노력중이니 「후나다」 위원장이 유공사를 만나 13일 각의에 이 안건의 회부를 막으려고 애쓰고 있는 점을 알려주라』고 말했다.
「야쓰기」씨와 「후나다」위원장은 12일 유공사를 만나 「기시」수상의 이같은 의중을 전달했다. 「야쓰기」씨는 『한일관계에 대한 어떤 문제도 「후지야마」외상과는 얘기가 안되므로 오는 6월의 내각개편때 「후지야마」외상이 물러나야할것』이라고 완곡하게 말해「기시」수상이 「후지야마」외상을 다음 내각개편때 중임시키지 않을 뜻임을 시사했다고 유공사는 보고해 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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