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의 함정 대기업, 이래서 중기에 무너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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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맞붙으면 대개 대기업이 이긴다. 하지만 매출이 자신의 10배에 이르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위협하고 있는 구글이나, 국내 MP3플레이어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인 레인컴과 코원의 사례를 보면 '골리앗(대기업)'도 '다윗(중소기업)'에게 무너질 수도 있다. LG경제연구원이 28일 내놓은 '대기업이 지는 5가지 함정'이란 보고서는 대기업의 패배 이유를 분석했다.

타깃 없이 어정쩡한 상품

◆큰 시장의 함정= 대기업들은 크고 보편적인 시장에만 주목해 소비자 누구의 요구도 충족시키지 못할 위험이 있다. PDA시장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캐나다 RIM의 블랙베리는 자동차나 공항에서 무료함을 참지 못하는 비즈니스맨을 타깃으로 한 반면,애플이나 소니의 제품은 다수 고객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어정쩡한 제품이 돼버렸다.

참신성 죽이는 겹겹 결재라인

◆논리의 함정= 3~4단계나 되는 대기업 특유의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다 보면 초기의 참신성이 사라지고 밋밋한 아이디어로 바뀐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순간의 육감에 의해 좌우되는 감성 비즈니스에는 대기업이 나서기 쉽지 않다. 1990년대 중반 인터넷사업에 뛰어 들었던 대기업 상당수가 실패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수익 우선하다 사업기회 놓쳐

◆우선순위의 함정= 투자수익 관점에서 보면 비주력 사업은 계속 소외될 수 있다. 현재 돈 되는 휴대전화나 LCD에만 투자하다 보면 새로운 사업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무엇이든 식구끼리 해결

◆관행의 함정=연구.개발(R&D)이나 유통채널 등을 과감히 외부에 맡기지 못하고 내부 역량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도 문제다. 이노 디자인에서 디자인한 중소기업 레인컴의 아이리버가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처럼 대기업도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기업 인력은 온실속 화초

◆인재의 함정= 대기업에선 관료적 문화에 잘 적응하는 사람을 인재라고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혹독한 경쟁에서 독하게 살아 남은 중소기업 인재들 입장에서 보면 대기업 인력은 '온실 속 화초'다. 인텔과 SAP이 합작한 기업용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인 판데식이 설립 4년만에 문을 닫은 것도 헝그리 정신이 부족한 대기업 출신 직원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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