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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안드로포프의 사전·사후|사망 22시간만에 "귀기울여 주시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안드로포프」의 사망소식은 소련라디오방송들이 9일 밤부터 돌연 정규프로를 중단하고 장중한 음악을 방송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예견되기 시작했다.
전임자인「브레즈네프」가 사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모스크바 라디오방송은 9일 밤 정규프로인 유행가방송을 중단하고 돌연 침울한 곡조의 클래식음악을 틀기 시작했다.
「안드로포프」사망뉴스는 10일하오2시30분(한국시간 하오8시30분)라디오와 TV를 통해 공식발표 됐다.
라디오방송은 소련국민들에게『동지들이여,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라고 침울한 목소리로 부탁한 후 공산당중앙위와 최고회의간부회의 공동명의로 된 안드로포프」사망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베테랑 아나운서인 「키릴로프」가 검은색 양복을 입고 나와 「안드로포프」당 서기장이 오랫동안의 투병 끝에 84년2월9일 하오4시50분(한국시간 하오10시50분)사망했다는 소식을 깊은 술픔 속에서 소련국민들에게 전한다』고 말했다.
「키릴로프」는 더 이상의 논평을 하지 않은 채 사라졌으며 TV화면에는 곧 붉은 커튼으로 뒤덮였다.
수분 후 TV방송은 한 피아니스트의 클래식음악연주로 대체됐다.
모스크바 거리는 이날 평상시와 다름없는 풍경이었으나 관공서들은 발표직후 국기를 일제히 반기로 게양했다.
「안드로포」의 사망은 국방상「우스티노프」의 돌연한 인도방문 취소와 스톡홀름에서 열리고있는 유럽군축회의에 참석 중이던 아들「이고르·안드로포프」의 급거 귀국 등으로 일찍부터 예견되기 시작했다.
소련국민들은 라디오와 TV방송들이 돌연 정규프로를 중단하자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면서도 얼굴에는 근심과 공포의 빛이 떠올랐다.
「안드로포프」의 사생활이나 가족관계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것 이외에는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는 크렘린궁에서 가까운 아파트에 살았으며 이 아파트에는 2개의 침실과 피아노·TV·스테레오 등이 구비되어 있고 서가에는 주로 영어로 된 책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가구들은 대부분 외국제품들인데 특히 지난56년 헝가리대사로 있을 당시 헝가리 정부로부터 선물로 받은 것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서와 음악감상이 취미인 그는 특히 집시음악을 좋아해 30∼40년대의 미국 재즈음악을 수집하기도 했다.
그는 장성한 1남1녀를 둔 홀아비로 알려졌을 뿐 가족관계에 대해서는 더욱 베일에 싸여있다.
그의 아들「이고르」는 작년 마드리드 유럽안보협력회의(CCCE)에도 참석한 외교부 중견관리이며 그의 딸인「이르나」는 연극배우인「알렉산드르·필리포프」와 결혼했다.
「레이건」미국 대통령은 10일 상오3시20분(한국시간 10일하오8시20분) 캘리포니아주의 그의 목장에서 잠을 자던 중 소련공산당서기장 겸 연방최고회의 간부회의장 「안드로포프」의 사망에 관한 공식보고를 받았다고 백악관 관리들이 말했다.
지난 7일 캘리포니아목장에 도착한「레이건」대통령은 현재로서는 「안드로포프」의 사망 때문에 그의 일정을 단축할 계획이 없으며 예정대로 12일 워싱턴으로 귀임 할 예정이다.
「셰송」프랑스 외무장관은 「안드로포프」의 사망소식을 서방세계에 처음으로 전했다.
「셰송」장관은 10일하오7시30분(한국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구주공동체와 아프리카-카리브-태평양국가그룹 각료회의에서 「안드로포프」가 사망했다고 발표하면서 고인의 명복을 위해 1분간의 묵념을 제의했는데 그의 발표는 모스크바 발표보다1시간이상 앞선 것이었다.
모스크바 시가 「안드로포프」의 사망을 애도키 위해 거리에 게양한 검은 헝겊을 매단 적기가 매서운 겨울바람에 펄럭이는 가운데 모스크바 시민들은 「안드로포프」의 공식적 초상화를 사기 위해 장사진을 쳤다.
10일 저녁 모스크바 중심가의 당중앙위원회 건물은 검은 리번을 매단 적기들로 뒤덮였으며 전깃불이 환하게 켜진 채 추가 배치된 경찰들이 호기심에 가득찬 시민들의 접근을 막았다. 건물주변의 주차장에는 공용승용차들이 빽빽이 주차해 있었다.
지난해 「안드로포프」의 초청으로 소련을 방문했던 미국소녀 「서멘더·스미드」양(11)은 10일 「안드로포프」의 사망을 커다란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스미드」양의 어머니는「안드로포프」의 사망에 대해『우리 가족은 진정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라예보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는 소련선수들은 10일 「안드로포프」의 사망소식에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소련선수들은 이날 그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 전후하여 벌어진 3개 경기 중 2개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프라하·소피아·부다페스트 등 동구국 수도들도「안드로포프」의 사망을 애도키 위해 조기를 일제히 게양했다.
유고슬라비아는 10일 사라예보 동계올림픽경기 중계방송을 중단 동구 국들 중에서는 제일 처음으로「안드로포프」의 사망소식을 간략히 보도했다. 【외신=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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