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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준비하는 한국·유럽] 3. 환경·에너지 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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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0면

요즘 국내 기업들은 두 가지 숙제를 안고 있다. 지속적 성장을 이끌 효자사업을 갖는 게 그 하나고, 기업윤리와 환경친화 경영을 한다는 사실을 시장에 알려야 하는 게 다른 하나다. 하지만 이 두가지를 실천에 옮기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새로운 성장의 동인을 찾아내는데 골몰하고 있는 모습들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제조업 부문이 물론 성장의 발판은 되겠지만 서서히 '세계의 공장'인 중국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를 유행으로 돌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

어차피 겪을 필연적인 상황이라면 서둘러 미래 먹거리가 될 산업의 종류와 얼개를 짜맞춰 보는 게 낫다. 다름 아닌 반도체.자동차.조선.철강.섬유 같은 기반산업과 신기술과의 접목으로 이뤄지는 산업구조의 전환을 뜻한다.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경쟁력의 발판으로 삼고 지속적 성장을 추구하자는 논리다. 여기에 우리의 강점인 정보인프라는 커다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보전과 경제개발이 조화를 이루는 건강한 순환형 사회'가 바로 우리가 꿈꿔온 모습이다. 결국 삶의 질 향상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두 개의 축으로 하여 미래사회를 열자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환경보전을 위한 기술혁신 노력이 다시 환경산업이라는 시장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즉, 환경보전은 과거 개도국 위치에서 가졌던 고정 관념에서처럼 결코 비용이 아닌 부가가치를 생산해내는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국가기술지도에서도 이 점을 강조하면서 공공성.산업성.기술경쟁력.국제환경규제라는 기준에 따라 환경분야의 핵심기술을 선정했다.

불과 지난 두달에 걸쳐 우리는 이라크전쟁의 불확실성 속에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이 국가안보의 핵심 요인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의 개발이 국가안보에 절실하다는 것도 인식했다. 이런 시각에서 관심을 끄는 게 연료전지다.

연료전지는 지역이나 기후에 따른 제약 조건이 없고 가정용.자동차용.발전용 등으로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제4세대 발전기술이다.

특히 연료전지 자동차는 내년부터 시판될 예정이며, 2010년이면 연료전지의 세계 시장은 무려 1백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이미 반도체와 박막액정화면(TFT-LCD)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으므로 세계 태양전지 산업의 주도권을 넘볼 만하다.

21세기를 '수소에너지 중심사회'라 할 때 장기적으로는 수소 이용을 위한 원천기술 확보에 국가 차원에서 만전을 기할 때다.

유럽이 5대 비전으로 채택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추구'와 '운송.에너지 프런티어 진흥'은 우리의 '환경.에너지 프런티어 진흥'과 거의 유사하다.

내용에 있어서도 세계 기후변화, 식량안보, 정보보안과 같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경제성장의 결과로 인해 인류사회를 위협하는 심각한 위험요인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것이다.

운송수단과 에너지 시스템의 확보도 보다 통합적이고 친환경적인 해결책으로 접근해보자는 생각에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교통수요 관리체계를 과제로 삼고 있다.

경제와 환경, 두 대상의 양립과 조화를 두고 우리와 유럽을 계량적 잣대에서 비교해 보자.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우리는 1996년에 달성했지만,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반에 걸쳐 돌파했다.

사람도 소아기적 행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홍역을 앓듯 1만달러를 돌파한 나라들도 과거의 성장 방식과 새로운 미래 성장 원천의 발굴 사이에서 위기를 겪는 경우가 많았다.

생태계와 환경보전에 있어서도 산업화로 인한 오염처리에 집중하던 '제1세대 환경관리'에서 벗어나 사전에 오염을 예방하는 패러다임과 함께 과학기술과 자원순환, 그리고 사회시스템을 아우르는 '제3세대 통합적 환경관리'에 눈을 돌려야 격에 맞는다.

이같은 패러다임은 유럽의 기술혁신정책에 그대로 담겨져 있다. 우리와는 달리 환경기술 자체가 드러나지 않으면서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한 기술'이라는 어젠다 속 곳곳에서 생태계를 지켜가려는 경제사회의 의지와 함께 호흡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임기철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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