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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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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크렘린 최고지도자의 사망발표가 있고 난 후 그 후계자결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이 상례였다는 점에서「유리·안드로포프」서기장의 후계자 선정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것이 일방적인 관측이었다.
그러나「안드로포프」가 지난해8월부터 병석에 누워『사망』을 기다리는 동안 반년 넘게 후계자문제가 다루어졌을 것을 생각하면 의외로 빨리 결정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크렘린지도자를 선정하는데는 소련을 이끌어 가는 당 관료세력과 KGB 및 최근 계속 영향력을 키워온 군부세력 등 3개의 엘리트집단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안드로포프」등장 이후의 세 집단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부상하여 줄곧 후계자 물망에 올랐다.
개혁을 시도하면서도 당 관료체제에 뿌리를 박고있는 농업전문가「미하일·고르바초프」 (52·정치국원 겸 서기), 산군복합체를 대표해 군부의 호감을 사고있는「그리고리·로마노프」(61·정치국원 겸 서기), KGB출신인「게이다르·알리예프」제1부수상(60)등이 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72세의「체르넨코」도 아직 상당한 세력을 갖고 있는 데다 이번에 장의위원장을 맡은 것으로 보아 또 한차례의 과도체제를 이끌게 될지도 모른다. 그동안 앞의 세 인물이 거론되어온 것은 지난 20년 넘게 세대교체가 없이 평균 연령이 70세를 오르내리는 크렘린지도부에서 소장층에 속하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알리예프」는 19세 때부터 KGB에서 일해온 사람으로「안드로포프」의 심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크렘린지도자로서 필수불가결의 요건으로 흔히 들어지는「순수한 러시아인」과「정치국원 및 서기국원 겸임자」라는 조건을 하나밖에 채우지 못한다.
또 그의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그는 중앙아시아의 회교도들과 혈연관계가 있다.
이에 비하면「로마노프」는 전형적인 러시아인종 출신이다. 보수적이고 교조적인 매파라는 점에서 반「안드로포프」파인「체르넨코」와「그로미코」세력의 구미에 맞는 인물이다. 방위산업담당서기로 군부세력과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도 그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는 모스크바와 전통적인 대립관계에 있는 레닌그라드출신이라는 약점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레닌그라드출신으로 정상에 오르려다 실패한 인물들이 5명이나 있었으나 한번도 성공한일이 없었던 점도 후계자예상에 고려해 볼만한 일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고르바초프」는 세 사람 중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브레즈네프」시절 발탁된 그는「안드로포프」가 과도기적 지도자로 선정되기 전부터 주목을 받던 인물이다.
「브레즈네프」사망이후「체르넨코」등에 대항하여「안드로포프」를 거든 것으로 알려진 그는「안드로포프」의 인사 및 개혁정책에 앞장서 지난해동안 공산당지방조직의 수뇌부를20% 바꾸고 84명의 각료 중 20명을 교체하는 한편 정치국 원수를 11명에서 13명으로 늘려「안드로포프」세력의 발판을 다지는데 솜씨를 보였다.
게다가 그는 국방상이면서도 군부를 견제해온 킹 메이커인「우스티노프」의 뒷받침을 받고있다. 그러나 그는 반 「안드로포프」세력의 만만치 않은 저항에 부닥치고 있다. 또 그들보다 나이가 20세 남짓 적어 『너무 어리다』는 점도 불리한 요인이다.
이런 몇 가지 부정적인 요소 때문에 이 세 인물 중 아무도 택하지 못할 경우 크렘린지도부가「체르넨코」나 「우스티노프」등 과도기적 인물을 내세울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안드로포프」가 처음 들어섰을 때 정치국에는 「브레즈네프」가 지역 당 지도자로 돌 때 하나씩 형성됐던 인맥들, 즉 드네프로 페트로프스크파(키릴렌코·시체르비츠키·티호노프), 몰다비아파(체르넨코), 카자흐파(쿠나예프)등의 구 주류연합체가 대체로 반「안드로포프」성향을 띠고 있었고, 「그로미코」 「우스티노프」 「그리신」 「로마노프」 「고르바초프」등 행정실무자 및 테크너크래트들이 친 「안드로포프」또는 관망하는 중립입장을 보였었다.
그러나 1년 사이 파벌은 조금씩 재편성돼 지난해말 중앙위가 끝난 뒤의 판도는「안드로포프」쪽이 「알리예프」 「우스티노프」 「고르바초프」 「로마노프」, 그리고 신임「보로트니코프」 「술로멘체프」등이며 「체르넨코」쪽은 「티호노프」 「그리신」 「쿠나예프」등으로 추정됐다.
현재 거론되고있는 「체르넨코」의 집권가능성은 「브레즈네프」시대의 주류 인물들이 다시 연합전선을 구성한다면 현실화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본=김동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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