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표 "북한과 물밑대화 위해 특사도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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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오른쪽)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통일부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홍 후보자는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0일 ROTC중앙회 특강에서 발언한 ‘흡수통일 준비팀’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보도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김상선 기자]

11일 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정부 내 흡수통일 준비팀 존재 여부가 논란이 됐다.

 정부가 북한 체제 흡수통일에 대비한 준비팀을 만들었다는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 부위원장의 전날 특강 발언과 관련, 홍 후보자는 “보도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여야 구분 없이 비판이 나왔다.

 ▶이해찬(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정 부위원장의 강연 내용은 한두 마디가 아니고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정 부위원장은 이렇게 얘기하고, 장관이 되면 새로 (통준위 당연직) 부위원장을 맡게 될 후보자는 아니라고 하면 두 사람이 어떻게 공동 부위원장을 하겠나.”

 ▶이재오(새누리당) 의원=“(그런 내용이) 안 나가도록 하는 게 정부의 태도다. 한쪽에선 신뢰 프로세스 하자고 하고, 한쪽에선 흡수통일 준비한다고 하고. 문제 되면 아니라고 하고. 아마추어도 이런 아마추어가 어디 있나.”

 국회의장을 지낸 새누리당 강창희 의원까지 나섰다.

 ▶강창희 의원=“이미 통준위의 의도는 다 노출되고 알려졌다. 그걸 지금 안 했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다. 앞으로 제발 이런 실수하지 마라. 말 좀 신중하게 잘 생각해서 하고, 강연 아무 데나 나가지 말고. 아무 데나 나가서 막 얘기하니까 이런 실수가 나온다.”

 처음엔 보도 내용을 부인하던 홍 후보자는 “그렇게 말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물러섰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사석에서 했다는 “통일부 장관은 아무나 와도 되는 자리 같다”는 발언을 놓고도 여러 비판이 나왔다. 새정치연합 정세균 의원은 “아무나 와도 되는 자리이니 홍 후보자와 같은 ( 청와대 통일비서관이 장관으로 오는) 파격인사가 가능한 듯하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류 장관이 지난 2년을 후회했다는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류 장관이 지난해 12월 말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평양 특사를 자청했다는 보도가 홍 후보자를 통해 사실로 확인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원혜영 의원이 “류 장관의 특사 제안에 통일비서관으로서 어떤 의견을 냈느냐”고 묻자 홍 후보자는 “류 장관이 얘기한 부분은 차후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홍 후보자는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 여부에 대해선 “안 풀겠다는 게 절대 아니고 남북이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과의 물밑 대화 추진 여부에 대해선 “(대북) 특사도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논문 표절, 위장전입, 세금 탈루 등 여러 가지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사실을 인정한 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경실련 “흡수통일 준비하는 통준위 탈퇴”=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통일협회는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의 흡수통일 발언 논란과 관련해 통준위의 시민자문단에서 탈퇴한다고 11일 밝혔다. 경실련 통일협회는 이날 “통준위가 흡수통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글=장세정·안효성 기자 zhang@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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