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사고'vs'경찰이 폭행'…시위농민 사망 진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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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철이를 살려내라!’
28일 대전역 광장에서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故 전용철 농민 살해규탄 대전.충남 시도민 대회’가 열려 집회에 참가한 농민들이 전씨 사망원인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대전=연합뉴스)

사고사인가, 공권력에 의한 타살인가.

지난 15일 여의도 농민대회 과정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고(故) 전용철씨의 사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 측은 국과수 부검결과를 토대로 전씨의 사망원인을 시위 과정에서 넘어지는 등 단순 사고사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농민·시민단체 등에선 전씨가 시위 도중 경찰에 의해 폭행당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허준영 경찰청장은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당시 집회 현장에서 이같은 불상사가 일어났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만, 경찰의 직접적인 가격이 있었는지는 불확실한만큼 합동조사를 통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 농민단체, "경찰청장 책임지고 물러나라" =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故 전용철 농민 살인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는 28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허준영 경찰청장은 전용철씨 죽음 및 15일 집회에서 벌인 살인적 폭력진압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규탄했다.

범대위는 또 "15일 집회에서 경찰 폭력으로 목부상을 입어 현재 원광대 병원에서 치료중인 홍득표 농민은 마비증세 등을 보여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라며 "경찰은 당시 집회현장 진압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범대위는 이어 허 청장 면담을 요구하며 청사 정문으로 진입하려다 경찰 병력과 잠시 충돌을 빚었으며 ▲ 경찰 전씨 유족에 대한 사과 ▲정부 차원 진상규명위 구성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 종교단체, "국과수 사인 발표에 문제있다" = 불교인권위원회.원불교인권위원회.천주교인권위원회.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등 종교단체들도 이날 전씨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대병원 영안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시위 당시 목격자의 증언이나 사진들을 살펴볼 때 전씨가 시위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은 분명하다"며 "부검 직후 정확한 사인을 밝히지 못했던 국과수가 하루만에 '뒤로 넘어졌다'며 말을 바꾼 만큼 정확한 사인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경찰, "폭행 흔적 찾을 수 없다" = 지난 25일 부검결과를 토대로 전씨의 사망원인을 '시위과정 중 단순사고'탓으로 돌렸던 경찰은 28일에도 집회 당시 전씨 모습이 담긴 현장채증 사진 4장을 공개하면서 '경찰폭행사망설'을 전면 부인했다.

경찰 측 관계자는 "추가로 확보한 사진은 행사시작 때와 평화적인 행진을 벌일 당시의 전씨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라며 "채증사진 분석 결과 전씨는 시위대 뒤쪽에 서 있어 경찰과 농민의 충돌 때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시위대는 현장사진 촬영을 경찰보다 더 철저히 하기 때문에 폭행과 관련된 사진이 있다면 공개되지 않았을 리 없다. 전씨는 집회 주최 쪽이 당초 제시했던 부상자 명단에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러나 전씨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전씨가 폭행당하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자 등을 상대로 보강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디지털뉴스센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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