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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법제화해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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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논쟁의 초점

지난 3일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는 한편에선 교사들의 사생활 보호 및 교사 처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양쪽의 의견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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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의무화 법제화해야

김순희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 상임대표

어린이집 폐쇄회로TV(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염원한 영·유아 부모들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동 학대 근절을 바라는 국민 요구에 찬물을 끼얹은 처사다.

 이 법안은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가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일부 조항을 삭제한 뒤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재석 의원 171명 중 찬성이 84명에 그쳐 부결되고 말았다.

 이 법안의 국회 통과에 반대한 의원들이 내세운 명분은 두 가지다. 하나는 CCTV 설치 의무화가 보육교사들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동학대 근절의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다. 보육교사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어린이집 CCTV 설치를 반대한다면 수많은 직장과 일터, 공공장소 등에 설치된 CCTV도 당장 철거하는 게 마땅하다. 그럼에도 CCTV를 설치한 것은 공익 목적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해도 아무나 열람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동학대 의심이 들 때 해당 학부모나 수사기관 또는 소관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에서만 열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따라서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어린이집 CCTV 설치를 반대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어린이집은 보육교사들의 사적인 공간이 아닌 공적인 공간이다. 어린이집을 보육교사들이 사생활을 침해당하는 공간으로 규정하면, 어린이집은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보육교사들을 위한 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보육교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이런 식의 주장이라면 우리 국민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요즘은 어디를 가든 CCTV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은행·편의점·마트, 심지어 낙후된 지역의 도로에도 CCTV가 설치돼 있다. 이렇게 수많은 장소에 CCTV를 설치한 것은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기 때문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공익적 목적이 더 크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한다고 아동학대를 근절할 수는 없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물론 CCTV 설치만으로 아동학대를 근절할 수는 없다. 보육교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 엄격한 질 관리, 보육교사 자질 향상을 위한 연수 강화, 보육현장에 대한 여건 개선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즉 종합적인 관점에서 보육 서비스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방안을 모두 실행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엄청난 재정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 일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따라서 당장 시급한 것부터 시행하는 게 마땅하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아이들이다. 요즘은 말 못하는 동물을 학대해도 처벌받는 세상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에 대한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든 정책적 수단이 조속히 강구돼야 한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이 국회에서 부결된 이후 영·유아 자녀를 둔 수많은 부모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여론이 들끓자 여야가 서둘러 4월 국회 처리를 공언하며 ‘입법 약속’을 하고 나섰다. 여야 정치권이 ‘어린이집 원장·교사들의 조직력에 휘둘려 입법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영·유아를 비롯해 어린이와 청소년은 우리의 희망이고 미래다. 아동 학대를 근절하자는 데 온갖 핑계로 반대해서는 곤란하다. 입법 로비 얘기가 나오는 것도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국회가 조속한 기일에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

김순희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 상임대표

교사 처우개선이 더 효과적이다

장진환
한국민간어린이집 연합회장

국회에서 부결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아동학대에 대한 여러 대책이 포함돼 있었지만, 그중 국회 부결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은 바로 ‘CCTV 의무설치’ 조항이었다. 많은 국회의원이 교육기관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본다. 본회의 표결 직전 반대토론을 했던 정의당 정진후 의원을 비롯해 국회 전문위원 보고서 등에서 이러한 내용을 언급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이에 대한 공감이 크다. 초·중·고교에서 한 해 발생하는 학교폭력은 2만여 건에 달한다. 학생 1000명당 2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이에 비해 2014년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는 267건에 불과하다. 어린이집 이용 아동 1000명당 0.2건이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교실마다 CCTV를 설치하려 한다면, 동의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교육 현장인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영상으로 남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점과, 만 0~5세 아동의 경우 같은 월령에도 발달 수준의 차이가 큰데, 이러한 발달 상황이 고스란히 제3자에게 노출되는 것 역시 아동의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 역시 마찬가지다. 네트워크 카메라를 설치해 학부모가 원하는 때마다 아이의 안전을 확인한다는 점은 언뜻 좋아 보일 수 있으나, 교사의 수업 활동을 보며 ‘왜 우리 아이는 제대로 챙겨주지 않느냐’는 항의가 빗발칠 것이며, 아동 간의 단순한 다툼도 부모 간의 갈등으로 번져 혼란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와 함께 ‘열람’에 대한 문제도 부각됐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영상 정보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CCTV에 촬영된 정보 주체 전원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데, 이번 개정안에는 보호자가 아동의 학대가 의심된다면 열람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상위법 위반 및 위헌의 소지가 지적되었다.

 이렇게 드러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여론이 어린이집을 신뢰하고 마음 놓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전제조건을 CCTV라고 생각한다면, 대승적인 차원에서 의무설치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또한 내부적인 노력을 통해 학부모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어린이집을 방문하여 아이들을 살피고, 어린이집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경영의 자세로, ‘진정한 공동 보육’이 실현될 수 있도록 어린이집을 운영할 대안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해답은 보육현장의 정상화, 보육교사의 근무환경 개선에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주장하는 아동학대 근절 대책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보육 교직원들의 1일 8시간 근무제 보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1일 12시간 운영원칙을 1일 8시간 운영원칙에 4시간 추가운영제로의 변경이 필요하다. 유치원과 같이 ‘방과후 교실’ 제도와 유사한 개념으로 변경하면, 학부모와 교사 모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임금 현실화를 통한 사기진작과 우수 교사의 현장 유입 촉진이다. 정부에서 아동 1인당 보육비용을 조사한 ‘표준보육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육료 지원액으로, 보육교사들은 아직도 140만원에 불과한 임금을 받고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간 어린이집의 보육료 현실화가 선행돼야 하는데, 정부의 보육료 지원 예산을 확대해 지난 5년간 지속돼 온 저가보육 정책을 해소해야만 가능하다.

 아동학대 없는 양질의 보육을 위한 근본 대책을 위해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원가 이하의 저가보육 정책, 교사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보육 현장 정책으론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할 수 없다. 영·유아가 행복한 보육환경을 위해선 CCTV 설치 강제보다 교사 처우 개선이 더 시급하고 효과적인 대책이다.

장진환 한국민간어린이집 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