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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 치료하려면 앵무새에게 물어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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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발성과 관련된 유전자가 사람과 ‘수십~수백 개’ 일치해

야자앵무(사진)처럼 음성학습 능력이 있는 새들의 계통을 3억1000만 년까지 더듬어 올라가면 사람과 조상이 같다.

가벼운 말더듬부터 심각한 언어기능 장애까지 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미국인은 750만 명으로 추산된다. 미국 ‘청각 및 기타 소통장애 연구소’ 통계다. 일부는 언어치료를 통해 장애를 극복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이 평생 동안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새에 관한 최근 연구가 이 같은 문제를 치료하는 새 모델을 제시할지도 모른다.

듀크대 연구팀은 음성을 학습하는 새들의 두뇌 부위를 6년간 연구했다. 소리를 듣고 모방해 발성법을 배울 수 있는 꾀꼬리 등의 명금류와 앵무새 같은 종류다. 그 뒤 그것을 인간의 두뇌와 상호 비교했다. 그 결과 새의 발성과 관련된 특성을 나타내는 ‘수십~수백 개’ 유전자가 인간의 유전자와 일치하는 듯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거기에는 사람과 새 모두에게서 음성학습 능력을 관장하는 듯한 한 두뇌부위의 50개 유전자도 포함된다.

이 연구는 지난해 12월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발성과 운동신경 기능과 관련된 내부회로와 두뇌영역 연구를 위한 잠재적인 모델로 명금류 등 기타 음성학습 능력을 갖춘 동물이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운동신경과 언어장애 분야의 숙제는 적당한 동물 모델의 개발이다.” 현재 매사추세츠 공대에서 유전체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박사후 과정 연구원인 논문 공동 작성자 안드레아스 페닝의 평가다. 그는 “음성을 제대로 모방해 적절한 연구 모델 역할을 할 수 있는” 포유류는 없다고 말한다. 명금류가 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알고 보면 소음을 일으키는 문제에선 인간도 이 새들과 아주 유사하다. 예컨대 어릴 때 발성법을 배우면서 둘 다 옹알거린다. 그리고 인간과 새 모두 말더듬 같은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유전자, 회로 그리고 그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방법의 바탕을 이루는 메커니즘 일부를 파악하는 데 명금류를 이용할 수 있다”고 페닝이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 사람의 말더듬 치료법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 연구는 기초과학 측면에서 흥미롭다. 누군가에게 특정 언어기능 문제가 있을 때 어떤 시스템이 손상됐는지 알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발성·언어·청각 협회 연구원인 낸 번스타인 래트너의 평가다(연구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치료는 분명 이 연구와는 거리가 먼 미래의 일이다. 이 연구에서 치료법이 개발될지 안 될지는 아직 모른다.”

어쨌든 이 연구는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의 기원을 조명한다. 인간과 음성학습 능력이 있는 조류가 3억1000여만 년 전 같은 조상에서 뻗어 내려왔다는 이전의 연구를 뒷받침한다. “음성학습 그리고 언어는 인간을 하나의 동물 종으로 규정 짓는 특성”이라고 페닝이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그 능력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통찰할 수 있게 해준다.”

글=존 피셔 뉴스위크 기자, 번역=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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