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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보충수업 허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7·30 교육개혁」으로 과외금지령이 내려진 후 중-고교 교육에서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의 하나는 공부를 더하겠다는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욕구를 어떻게 수용하느냐는 것이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잘하는 대로,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또 그들대로 자신의 학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이런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었던 게 우리의 현실이었다.
민정당이 최근 교내보충수업을 전면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소식은 고교평준화시책과 과외금지 조치 등으로 하향화하고 있는 고교생들의 실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방을 만하다.
물론 교육계 일각에서 우려한대로 고교에서 보충수업을 전면 허용할 경우 교사들의 업무가 많아지고 학부모들의 부담이 느는 등 부작용이 예상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보충수업 허용이 학교간의 과열경쟁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고 교육과정의 정상운영을 저해할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학생들의 실력향상이 국가발전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인식 밑에서 이 문제는 파악되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소견이다.
과외공부가 지금 당국의 물리적인 단속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지난날 계층간의 위화감조차 조성한 일부「과열과외」가 문제지 학교에서 하는 정규수업 외에 더 공부를 하겠다는 욕구는 오히려 권장할망정 나무랄 성질의 일은 아닌 것이다.
한때 교내의 방송수업이나 방과후의 교내 자율학습 도중 학생들의 질문이나 가정에서의 공부와 관련된 전학질문에 대한 교사들의 답변까지도「과외」로 단정, 금지시킨 조치가 논의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처럼 과외의 개념을 지나치게 확대해서 교각살우란 빈축을 사는 일은 없는 줄 안다.
가령 지난해 7월에 있은 교내보충수업의 범위를 하위 5%에서 20%로 늘리고 개인별 학습상담을 허용한 조치 등 이 그것이다.
그러나「평준화시책」이 당초 노린 목표와는 거리가 먼 터에 보충수업대상 학생들을 하위 20%라고 정한 것도 행정의 경직성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지만 이 범주에 드는 학생들이 열등의식 때문에 이렇다 할 학습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변변한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따라잡는 방법은 결국 잘 훈련된 인력을 많이 양성하는 일이다. 뿐더러 교육의 질적 평가는 국제적인 비교에서만 가능한 것이므로 우리의 전반적인 교육수준을 높여야 할 필요성은 자명한 것이다.
공부는 일생동안 해야 한다는 「평생교육」 의 개념이 차차 확산되고 있지만 공부에는 때가 있게 마련이다. 담기가 한창 때인 고교생들의 공부를 하겠다는 욕구를 학교는 마땅히 뒷받침 해주어야 한다. 보충수업의 전면허용을 가로막는 이유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국민의 좋은 점 가운데 가상 좋은 점은 배우고 싶어하는 향학열이고 배워야 산다는 의지다. 이같은 향학열을 격려하고 적극적으로 뒷받침 해주는 일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해 내야 할 과제임을 다시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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