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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중·소형 컴퓨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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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개인용 컴퓨터(퍼스컴)의 생산과 보급이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해도 정작 컴퓨터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미니컴, 또는 그 이상의 대형범용컴퓨터부문에서는 국내기업이 아직 요람기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몇몇 국내업체가 외국과의 기술제휴를 통해 미니컴이상의 중 대형컴퓨터를 조립생산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말 그대로 조립단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그러나 최근 금성사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컴퓨터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계획하고있고 정부차원에서도 미니컴의 국산화를 강력히 추진해나갈 방침으로 있는 등 90년대 초반까지는 이 분야에도 상당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있다.
금성사는 미국의 허니웰사와 기술제휴, l6비트 미니컴과 32비트 슈퍼미니컴, 64비트 메인프레임을 각각 조립 생산하거나 마무리공정만을 거쳐 내놓고 있다.
16비트 미니컴의 주기억장치는 2백56K∼2메가비트로 32∼64개의 터미널과 연결, 동시 사용할 수 있으며 32비트 미니컴은 주기억장치가 1메가∼l6메가비트용량을 갖고 64∼1백12명이 동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있다.
86년 80% 국산화
금성사 컴퓨터사업부 조종걸 부장은 『미니컴과 슈퍼미니컴의 국산화 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오는 86년까지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의 일부를 제외한 8O%를 국산화한다는 기본목표를 세우고있다』고 말했다. 금성사가 생산하는 미니컴의 대 당 가격은 약10만 달러(8천 만원)선.
금성사가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전기통신공사에 납품한 메인프레임의 주기억장치는 2메가∼32메가비트의 대용량을 갖고있으며 대 당 가격은 5억원 이상으로 월간대여료만도 1만 달러 선이다. 이 회사는 메인프레임을 88년까지 50%를 국산화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금성사는 총 l천억원을 투자, 평택의 12만평부지 위에 대규모 컴퓨터생산공장을 세워 오는 87년부터는 연간 5천대의 중 대형범용컴퓨터를 생산해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제까지 미국의 휼릿-패커드사와 기술제휴를 통해 미니컴1개 모델(HP3000/44)을 국내조립생산하고 있었지만 최근 휼릿-패커드와 합작회사를 차려 중·대형컴퓨터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오는4윌 정식 출범케 되는 삼성휼릿-패커드사는 자본금 1천5백만달러에 시설투자 1천만달러를 투입, 중 대형컴퓨터와 주변기기 등을 생산케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기존 휼릿-패거드의 미니, 슈퍼미니컴퓨터의 생산은 물론 양사의 합작개발을 통해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낸다는 방침.
삼성전자 컴퓨터사업부 김형한부장은 『합작회사의 설립으로 기존 미니컴관계의 기술을 3년 안에 흡수할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앞으로의 과제는 『휼릿-패커드사와의 공동개발을 통해 국내, 또는 세계시장진출을 위한 새로운 모델개발 및 풍부한 소프트웨어의 개발, 공급』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올 부터 중점적으로 생산할 슈퍼미니컴 (HP3000)의 경우 주기억장치용량은 1메가∼8메가비트며 60∼4백대의 터미널을 부착,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정보처리속도는 현재 0·5MIPS (1MIPS는 1초에 1백만회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정도이나 곧 1∼2MIPS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 대 당 가격은 주변기기를 포함해 15만∼20만달러선으로 월 임대료는 4천∼8천 달러 정도 될 것으로 보고있다.
한국전자계산(KCC)도 82년 미국의 프라임사와 기술제휴, 32비트 슈퍼미니컴 프라임550을 조립, 생산해내고 있다.
기술제휴는 프라임550의 모델에만 국한되었지만 CPU(중앙연산장치) 보드만 바꾸면 그이상의 모델로도 변경이 가능케 되어있다. 가격은 대 당 15만 달러로 월 대여료는 4천∼5천 달러.
연수요 2백여대
지난해 3대를 주문 생산해 홍콩에 1대를 수출했고 현재 중간지역과 수백만달러 규모의 컴퓨터판매를 위한 상담을 벌이고있다.
이밖에도 오리콤이 디지틀 이큐프먼트사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올 7월경부터 슈퍼미니컴인 VAX750을 조립 생산할 계획이다.
한편 현대전자는 미 매튜스사와 기술제휴로 32비트 범용컴퓨터개발을 서두르고 있고, 동양시스팀산업도 데이터제너럴과의 기술제휴로 중 대형컴퓨터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사실 국내컴퓨터산업은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려는 단계다.
개인용 컴퓨터와 컴퓨터주변기기분야에서 이룩한 자그마한 성과가 미니컴, 또는 메인프레임에도 그대로 이어지리라고 생각하기에는 기술장벽은 높고도 두텁다.
무엇보다도 국내컴퓨터산업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내수시장의 확대가 급선무다.
KCC의 강원윤 전무는 『현재 조립 생산되는 프라임550의 경우 국산화율은 15%수준에 불과하다』면서 『국산화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보다도 국내수요의 부족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국내에 보급되어 사용중인 미니컴이상의 컴퓨터는 약1천대 정도로 신규수요라야 연간2백∼3백대에 불과한 실정. 이나마도 대부분 IBM·파콤·스페리 등 외국회사의 제품을 직접 들여다 쓰고있어 실제 국산컴퓨터가 발 디딜 시장은 수십대에도 이르지 못한다.
일반기업과는 달리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자기술연구소(KIET)에서는 82년 8비트 마이크로 단일 칩을 12∼16개 집어넣어 만든 8비트버스마이크로컴퓨터를 만들어 금성·삼성 등 업계에 기술 전수한 이래, 83년에는 「한-16」이라는 16비트버스마이크로컴퓨터와 미니컴퓨터용 오퍼레이팅시스팀(OS)인 16-UNIX를 업계와 공동 개발해 냈다.
외국시장을 겨냥
아울러 지난해부터는 슈퍼마이크로 급인 32비트 마이크로컴퓨터개발에 착수, 현재 금성·삼성·대우 등과 공동으로 연구를 추진중인데 내년에 시제품을 내놓고 86년부터 시판 및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나아가 86년에는 64비트 슈퍼마이크로컴퓨터를 개발하고, 90년대에는 대형과 가능하다면 제5세대 컴퓨터까지도 손을 댈 예정으로 있다.
KIET의 방승양박사(시스팀부장)는 국산 중·소형컴퓨터 분야는 아직까지 기술면에서나 수요 면에서 상당한 애로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그렇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하더라도 마이크로프로그램을 이용한 칩 설계 중 기초필수적인 기술부터 차근차근 쌓으면서 시장은 처음부터 외국시장을 겨냥해야한다』 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보아 현재 중·소형컴퓨터분야의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 분야는 두뇌집약적이라는 점에서 우리에 맞는 산업이라고 볼 수 있어 앞으로 정부 기업 연구소들이 잘만 연결되면 선진수준에 뛰어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갖고있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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