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국 감군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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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내년 이라크에서 감군하는 국가는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이탈리아.폴란드.일본 등 다국적군 대부분이 감군 또는 완전히 철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내년 말까지 최소한 25%, 많으면 50%까지 다국적군이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이라크에 주둔 중인 다국적군은 28개국 17만6000명이다. 이 중 미군이 15만4000명이다.

◆ "미군부터 3분의 1 감축"=미국이 내년 중 이라크 주둔 18개 전투여단 중 3개 여단을 줄여 연말에는 10만 명 미만이 될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23일 보도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이날 CNN.폭스TV에 잇따라 출연해"미군 감축 시기가 꽤 빨리 올 것"이라며 "이라크군이 늘어나고 전투력도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위 파병국인 영국도 내년 말까지 8500명 병력을 절반으로 줄일 예정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신문은 토니 블레어 총리가"이라크에서 할 일을 다했다"고 말했으며, 영국 국방부도 "2006년 초까지 이라크 18개 주 중 14개 주가 이라크 정부에 넘어가고, 다국적군(미군 포함) 감축은 최대 6만6000명에 이를 전망이라고 비밀문서에서 밝혔다"고 전했다.

3위인 한국(3260명)보다 파병 인력이 적은 이탈리아.폴란드.우크라이나도 이미 철군을 개시했거나 내년 중 철군 계획이 확정된 상태다. 미국과 찰떡궁합을 맞춰 온 일본 역시 내년 9월까지 육상 자위대 500명 전원을 불러오기로 하는 등 10개국 8300여 명이 내년 중 철군, 18개국 1만3000여 명만 남을 예정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영국이 내년 말까지 전부 철수하고, 한국도 1000명보다 더 많이 줄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다국적군은 현재의 절반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왜 잇따라 감군하나=미국 정부가 미군에 의한 소탕작전만으론 더 이상 이라크 저항세력을 근절하기 어렵다고 판단, 치안 업무를 이라크 군경에 넘기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는 게 UPI 통신 등 미 언론 분석이다. 이라크 군경은 현재 22만 명으로 늘어났으며, 반군을 몰아낸 지역에서 상당한 치안 유지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군은 지휘와 무기 보급에 주력하고, 작전은 이라크 군경에 맡기는 쪽으로 정책이 바뀌고 있다.

이는 이라크에서 미군 전사자가 2100명을 넘어섰고, 미국 내 반전 여론은 갈수록 강해지는 데 부담을 느낀 미 행정부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국내의 반전 여론에 압박을 느껴온 다른 파병국들도 미군의 이 같은 방침을 계기로 잇따라 감군 또는 철군을 추진하고 있다. 다국적군이 2년 넘게 주둔하면서 재건 등 당초 임무를 상당 부분 완료한 것도 다른 요인이다. 또 12월 5일 총선이 끝나면 이라크가 더욱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도 외국 군대의 철군을 부추기고 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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