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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노 총파업 징계 거부한 울산 동·북 구청장 직무정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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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방자치법상 현직 단체장이 법원으로부터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직무가 정지된다. 단체장이 맡은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무가 정지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울산지법 형사1단독(유길종 부장판사)은 24일 이상범 울산 북구청장에 대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갑용 동구청장에게는 허위공문서작성죄를 추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파업 참가 공무원들에 대해 시.도 인사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는 것은 자치단체장의 의무인데도 재량권이라 주장하며 이행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이 파업 참가 공무원들에 대해 법령에 정해진 징계의결을 요구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인 직무 포기에 해당한다"며 "이로 인해 국가 기능이 저해되고 다른 자치단체 공무원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정치적 소신을 이유로 이를 시정할 의지를 보이지 않아 실형 선고가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전공노 총파업과 관련, 참가자 전원에 대해 울산시에 징계의결요구서를 제출하라는 행정자치부와 울산시의 거듭된 요구를 거부하다 지난해 12월 말 박재택 당시 울산시행정부시장에 의해 울산지검에 고발당했다.

같은 사안으로 파업에 참여했던 전국의 다른 전공노 소속 공무원 2083명은 모두 징계 절차를 거쳐 2040명이 견책 이상의 징계를 받았다. 이 가운데 427명은 파면.해임으로 공직을 떠났으며 정직된 651명과 감봉.견책 처분을 받은 962명도 승진.교육 기회를 박탈당하는 등 엄청난 불이익을 받고 있다.

?두 구청장 어떻게 되나=이들은 지방자치법 규정에 따라 이날부터 구청장으로서의 권한을 일절 행사할 수 없게 됐다. 다만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될 때까지 직위는 유지된다.

따라서 청사로 출근은 할 수 있지만 관용차량 등 각종 공공집기를 사용할 수 없으며 공공행사에도 참여할 수 없고 업무 결제나 지시도 불가능하다. 공문서의 효력을 발생시키는 서명란에도 구청장 대신 직무대행(부구청장)의 이름이 들어가고 업무추진비 등 예산도 쓸 수 없다. 봉급은 직무정지 개시 후 3개월까지는 정상 월급의 70%를, 그 이후에는 40%만 받는다.

이상범 북구청장은 직무정지 기간 관내 봉사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그는 다음달 1일 관내 동대산.매봉재 식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을 시작으로 12월 말까지 음식물자원화시설.장애인보호작업장을 찾고 산불감시원.환경미화원 체험을 하는 등 매주 4일 이상 자원봉사를 할 예정이다.

이들 구청장은 대법원에서 선고유예나 무죄판결을 받을 경우 직무에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확정 판결까지는 상당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 지방선거 때까지 직무 복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울산=이기원 기자

파업참가 525명 징계 착수
징계절차 어떻게 되나

이번 판결로 울산 동.북구청은 전공노 파업 참가자 2608명 중 징계절차를 밟지 않았던 525명(동구 312명, 북구 213명)에 대한 징계의결 요구서를 조만간 울산시인사위원회에 제출할 전망이다. 구청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 부구청장들이 '선출직 구청장의 의지' 등을 이유로 징계의결 요구서를 내지 않을 경우 이들 역시 직무유기죄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15일 전공노 파업에 참여한 울산 지역 공무원은 모두 1147명. 이 가운데 시 본청 17명과 중구청 304명, 남구청 301명 등 622명에 대해서는 파면 19명, 해임 10명, 정직 15명, 감봉 79명 등의 처분이 각각 내려졌다. 이 때문에 파업 참가자와 불참자, 징계자와 징계받지 않은자, 중징계자와 경징계자, 울산시와 기초단체, 각 기초단체 사이에 갈등과 분열이 조장돼 심각한 후유증을 앓아 왔다. 당시 전국의 각 자치단체에서 파업한 공무원의 징계처리도 동.북구청 때문에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이들 구청은 징계거부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파업한 공무원을 승진시켜 공무원끼리와 기초.광역단체 사이의 갈등을 더욱 부추겼다. 동구청은 올 들어 3명, 북구청은 6명의 파업 가담자를 각각 6~8급으로 승진시켜 울산시가 일부 인원에 대해 승진임용을 직권취소했으며, 구청은 이에 반발해 대법원에 제소하는 등 마찰을 빚어 왔다.

울산시 관계자는 "구청장 직무를 대행하는 부구청장이 곧 파업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이미 징계한 공무원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가능한 한 빨리 징계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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