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10회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 빨리 두기 세계챔피언, 뤄시허 9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16강전 하이라이트>
○ . 뤄시허 9단(중국) ● . 송태곤7단 (한국)

중국에 수를 귀신같이 빨리 보는 인물이 한 명 있다. 세계의 유명 기사 중 가장 손이 빠른 그 사람은 바로 이번 대회서 놀라운 선전을 펼치고 있는 뤄시허(羅洗河) 9단이다. 땅딸막한 키에 두툼한 살집을 지닌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판 앞에 약간 거만한 모습으로 앉아 상대방의 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돌을 갖다 놓는다. 예선전 결승에서 뤄 9단에게 역전패한 유시훈 9단은 "상대가 너무 빨리 두는 바람에 승부 호흡을 유지할 수 없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 같은 속기를 당하는 쪽은 은근히 자존심이 상한다. 그래서 덩달아 빨리 두다가 자멸하기도 한다.

삼성화재배는 올해부터 제한시간을 세 시간에서 두 시간으로 줄였다. 그러나 뤄 9단은 상대가 초읽기에 몰릴 때쯤 30분 정도 쓰는 게 고작이다. 천부적 재능 없이는 어림도 없는 얘기다. 그러나 큰 경기에서의 너무 빠른 속기는 '자만'과 '경솔'한 이미지를 풍긴다. 뤄 9단이 아직 국제대회 우승이 없는 이유일 것이다.

장면1=중반전이 끝나가는 승부의 고비다. 흑을 쥔 송태곤 7단은 139를 선수한 뒤 141로 씌어 왔다. 백의 타개가 만만치 않은 대목이다. 최선의 수순은 무엇일까.

장면2=뤄 9단은 142로 하나 밀더니(수상전 관계로 흑은 143에 꽉 받아야 한다) 144로 쌍립한다. 이런 쌍립은 수상전에선 보통 자충수이기 십상이어서 감각적으로 얼른 떠오르지 않는 수. 그러나 이 대목에선 144의 쌍립에 이은 146의 절단으로 문제가 깨끗이 해결됐다.

수상전을 하려면 '참고도' 흑 1로 이어야 하는데 백엔 2로 나가는 수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송 7단은 확실하게 비세에 빠져들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