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방이 경쟁력이다] 논산의 '그린투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 논산시 그린투어에 참가한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논산시 양촌면 천연염색체험관에서 직접 염색을 하고 있다.양광삼 기자

신병훈련소로 유명한 충남 논산이 친환경 체험관광 도시로 탈바꿈 하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11시30분 충남 논산시 양촌면 인천리 안봉순씨의 딸기밭. 수도권에서 가족단위로 온 농촌체험관광객 100여명이 600여평의 딸기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섰다. 탐스럽게 익은 딸기가 널려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와"하는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관광객들은 이날 딸기를 마음껏 따 먹은 뒤 오후에는 인근 농가에서 황토 등을 이용, 천연염색체험을 하고 백제군사박물관도 둘러보았다.

◆ 도시민이 몰려온다=논산에 도시민들이 몰려오고 있다.농촌체험관광을 위해서다. '논산 그린투어'란 이름의 농촌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논산을 찾은 도시민들은 올들어 지난 9일 현재 4000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80% 이상은 서울 등 수도권 사람들이다. 지난해 참가인원은 1만6000여명.올해는 지난해 보다 25% 많은 2만여명을 유치, 3억~4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게 목표다.

논산그린투어는 전국 100여개 농촌관광체험프로그램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마을단위가 아닌 지역 전역을 관광코스로 활용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 그래서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계절별로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논산그린투어에는 지난해 25개 농가가 참여했다. 논산시가 영농규모에 상관없이 작물에 농약을 뿌리지 않는 친환경농가를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선발했다.

프로그램은 딸기.토마토.복숭아.포도.사과따기 체험,고구마 캐기,곶감깎기.누에사육.다슬기.반딧불이 관찰, 천연염색, 문화유적 관람 등 20여개가 있다. 농가는 관광객에게 체험재료(농작물)와 체험공간을 제공한다. 논산시도 지원에 나섰다. 모든 참가 농가에 간이화장실(개당 20만원)을 설치해 주었다.

그린투어 관광객들은 프로그램별로 1인당 5000원씩만 내면된다. 다슬기.반딧불이 관찰은 무료이며 문화유적은 관람료(400~1000원)를 낸다. 이들 농민이 지난 2년간 그린투어로만 올린 소득은 총 4억5700만원으로 농가당 평균 1600만원~2000만원을 벌었다.

참가 농민의 연간 소득은 종전 2000만원~4000만원에서 2800~5000만원으로 올라갔다.이들 농가는 그린투어이외에도 벼농사 등으로도 소득을 올린다.

지난해 논산지역 농가의 연 평균소득(1900만원)과 충남도내 농가 평균소득(2490만원)보다 훨씬 높다.

◆ 친환경농업이 열쇠=농산물품질관리원 논산출장소에 따르면 올해 논산에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이른바 '친환경 농법'을 도입한 농가는 570여가구. 논산시 전체 농가 1만4100가구가운데 4%다.

이 가운데 80%는 딸기를, 나머지는 방울 토마토.사과.복숭아를 재배한다. 친환경농법 농가는 2000년 40여곳에서 ▶2001년 140여곳▶2002년 280여곳▶2003년 450여곳▶지난해 520여곳으로 늘었다.

논산에 친환경농법이 확산된 이유는 비닐하우스 시설농가가 많은 지역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논산 전체 농가의 30%이상(5000여가구)은 비닐하우스에서 작물을 기른다. 시설작목가운데 딸기의 경우 논산(생산량 21%)은 전국 제일의 생산지다.

논산농민들은 하우스안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다.농약을 뿌리면 야외에서 보다 피해가 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농약을 안쓰고 농사를 짓는 방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농민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무공해 농산물을 생산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5~6년전부터 논산시농업기술원과 농촌진흥청 등의 도움을 받아 무농약 농법을 도입했다. 친환경농법을 도입한 농민은 천적(天敵).미생물(자연농법) 등 2~3가지 방법을 병용한다. 천적농법은 해충을 잡아먹는 천적 곤충을 농작물에 풀어놓는 방식이다.

농민들은 그린투어를 통해 수치상의 소득보다 더 큰 것을 얻는다고 한다.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인 도시인간에 신뢰형성이 그것이다.

최근 논산그린투어에 참가했던 주부 김은숙(경기도 시흥시 정왕2동)씨는 "천적농업 현장을 보고 무공해 농산물을 신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논산 그린투어=논산그린투어에 참가하려면 그린투어사이트(www.nonsangt.net)에 접속,예약해야 한다. 단체관광은 평일에도 가능하고 개별관광은 주말이나 휴일에만 할 수 있다.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로 오다가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탄천IC에서 빠져나오면 된다. 041-730-1385.

논산=김방현 기자 <kbhkk@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