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통공원 30여가지 잘못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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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어린이들에게 교통규칙을 몸에 익히도록 하기위해 만든 잠실 어린이 교통공원에 마땅히 있어야할 시설 또는 표지판이 없거나 잘못 만들어지는 등 30여가지의 잘못이 있음이 드러났다. 이같은 실수는 시공 당시 설계과정에서 당국이 세심한 주의를 하지않아 꼭 필요한 시설을 빼먹거나 성의없이 형식적으로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잠실장미아파트앞에 자리잡은 어린이교통공원은 서울시와 도로교통안전협회가 5억1천만원을 들여 작년 3월 착공, l2월9일 완공, 개원한 것으로 설립목적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교통규칙과 교통시설 식별 및 이용법을 가르쳐 어렸을때부터 몸에 배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이에따라 3천8백60평에 각종 놀이시설과 함께 서울시를 축소한 시청모의건물·한강다리·터널·남산타워 등을 만들고 곳곳에 교통신호등·철도건널목·육교·지하도·횡단보도·교통안전표지판을 설치해놨다. 이와함께 2륜차 50대·4륜차 50대를 준비, 각국민학교로부터 단체로 교통학습 이용신청을 받아 어린이들이 차를 몰고 도로를 달리거나 걸으면서 교통규칙을 익히도록 하고있다.
그러나 차도·인도가 협소하고 시설이 조잡하며 교육용 교통안전시설이 불충분한데다 잘못된 곳이 많아 어린이들이 교통규칙을 지키기는 커녕 차도로 몰려다니기 일쑤이며 교통관계지식을 잘못 이해하거나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다.
예를들면 도로가 모두 왕복2차선으로 되어있으며 도로중앙에 추월선표시가 없고 모두 분리선인 노랑색선만 칠해놔 모의 자동차가 절대 추월할수 없게 돼있다.
교통표지판은 실제 1백20여가지가 있으나 극히 기본적인 것과 어린이와 관련된 것 등 30가지만 소개해 불충분하다. 심지어 기본적인 표지판에 속하는 방향표지판·거리표지판·건물표지·주차장표지·위험지점표지·길좁아지는표지·로터리표지판 등도 없다.
육교·터널에는 높이표시가 없고 비탈길에는 경사도표시가 없으며, 커브길에도 커브표지판이 없다. 시청앞처럼 중요한 지점에 신호등이 없다. 다리·터널의 이름도 없다.
실제 시내의 직진신호시간은 30초∼1분인데도 11초밖에 안되며 좌회전 신호시간도 10초에 불과하다.
이때문에 자전거나 발로 젓게돼있는 모의자동차를 모는 어린이들이 허둥대다 신호가 바뀌기 일쑤이고 횡단보도를 제대로 건너기전에 빨간불이 들어온다.
철도건널목에는 경음기장치가 없고 차단기가 편도에 한개인데다 이것마저 어린이들이 장난하다가 망가뜨릴 염려가 있다고 관리소장이 쇠줄로 묶어놨다.
이밖에 속도제한표지판이라곤 50㎞짜리 한종류밖에 없으며 준공된지 한달밖에 안됐는데도 도로곳곳에 금이 갔다.
교통공원에 놀러온 잠실국교6년 오승연·세검정국교 주태영군 등은 교통공원시설이 마치 장난감같고 공원이 좁은데다 시설이 부족해 불만이라고 말하고 어린이들이 단체로 올때만 안내해주고 개별로 올때는 내버려둬 교통규칙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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