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1 ~ 2년만 기다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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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일본 프로야구 현역 최고의 포수이자 슬러거 조지마 겐지(29.사진)가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시애틀 매리너스와 총액 1650만 달러(약 165억원)에 3년 계약 조건이다. 성적에 따라 250만 달러의 인센티브도 보장돼 있다.

일본 출신 포수로서는 첫 빅리그 도전이라는 사실에 일본 야구도, 메이저리그도 들떠 있다. 다른 야수는 물론 코칭스태프와도 의사소통이 활발해야 할 민감한 포지션 포수 자리에 영어가 미숙한 조지마가 과연 성공할 수 있느냐는 것도 관심거리다.

그런데 조지마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바라보는 부러운 시선이 하나 있다. 이승엽(29.지바 롯데)이다. 이승엽은 조지마의 비교 대상이었다.

동갑내기에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뛰어든 것도 같고, 자신이 속한 팀은 물론 리그에서 최고로 올라선 것도 같다. 최종 목표를 메이저리그로 삼고 있다는 '꿈'도 같다. 둘은 처음 맞대결한 2003년 아테네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삿포로)에서 각각 한국과 일본의 간판타자로 뛰었다. 그 해 둘은 나란히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의 최우수선수(MVP)였다.

한국과 일본에 떨어져 있던 둘은 이승엽이 일본에 진출한 지난해부터 같은 잣대로 비교대상이 됐다. 조지마가 앞섰다. 이승엽이 부진했던 지난해는 말할 것도 없고, 올해 중반까지 그랬다.

그러나 시즌 막판 이승엽이 30홈런을 채웠고, 조지마는 무릎을 다쳤다. 포스트시즌에서 만난 지바 롯데와 후쿠오카 소프트뱅크의 대결. 조지마가 빠진 소프트뱅크를 롯데가 꺾었고, 이승엽은 일본 시리즈에서 한신을 상대로 영웅이 됐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의 꿈. 조지마가 또 한발 앞섰다. 이승엽은 그저 바라보는가. 아니다. 이승엽도 "일본에서 1~2년 더 뛴 뒤 메이저리그에 반드시 도전하겠다"고 자신있게 포부를 밝혔다.

이제 내년 이승엽의 일본 성적이 또 한번 메이저리그 진출의 잣대가 된다. 만족할 성적을 얻는다면? 조지마가 받은 그 조건이 이승엽 메이저리그 진출의 가이드라인이 된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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