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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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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중심가인 피카딜리에서 얼마 멀지 않은 극장가에 위치했는데도 그 이름을 대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극『쥐덫』이 공연되는 극장이 어디냐고 물으면『아, 쥐덫 말이오?』하고는 즉시 찾아가는 길을 설명해준다.
세계적인 여류추리소설가「애거더·크리스티」의 추리극『쥐덫』은 이제 웨스트민스터사원, 버킹검궁. 그리고 런던탑과 같은 급의 런던명물로 위치가 확고해 졌다. 84년1월10일 현재 이 연극의 런던공연횟수는 무려 1만2천7백50회.
52년11월25일 첫 공연을 가진 이후 극 꼭 3년2개월째가 된다.
총5백46석인 성마틴극장의 표는 언제나 처럼 이날도 완전 매진됐다.
입장권은 다른 연극과 같은 수준인 최저 3파운드 (3천6백원) 에서 8파운드 (9천6백원) 까지지만 값이 문제가 아니라 관광시즌엔 표사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지금까지 이 연극을 본 사람은 런던에서만 연인원 5백50만명. 영국 이외의 41개국에서 22개 언어로 공연된 것까지 합치면 관객수는 엄청나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극단이 이『쥐덫』을 상연, 많은 관객을 동원한바 있다.
52년 상연이 시작된 후 일요일을 쉬고 1주일 8회(화·토요일은 하루 2회 공연) 의 공연을 지금껏 한번도 거른일이 없다.
미국에선 8명의 대통령, 영국에서 8명의 수상이 바뀌었지만『쥐덫』은 같은 무대에서 감은 대사로 공연이 계속돼 왔다., 현재 런던에서 공연중인 연극은 뮤지컬 l6편. 드라머 24편 해서 모두 40편.
이중『쥐덫』다음으로 롱런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뮤지컬「노·섹스·플리즈, 위 아 브리티시』로 11년의 역사을 갖고 있다.『쥐덫』에 비하면 20년 후배다.『쥐덫』이 최장 공연물로 기네스북에 오른지도 10년이 넘는다.
『쥐덫』에는 남자 5명, 여자 3명 등 모두 8명의 배우가 등장하는데 신선감을 유지하기 위해 해마다 배역을 바꾸는 것도 특기할만 하다.
l5년째까지는 절반 가량만 교체했으나 16년째부터는 배역을 해마다 전부 바꾼다는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
배역을 맡기 위해 매년 5백여명의 배우들이 지원하며 이중 1차로 1백20명을 골라 무대실기·인터뷰등 엄격한 시험을 거쳐 최종적으로 8명을 꼽는다.
31년전 첫해공연에 나왔던 배우 8명중 현재 생존자는 5명. 그들 대부분이 연극생활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중 주역으로 나왔던「리처드·애텐버러」는 최근 영화『간디』를 제작겸 감독해 더욱 유명해졌다.
이렇게 세월이 흐르고 배우가 바뀌었는데도 대사와 무대장치는 예전 그대로다.
단지 대사에서 바뀐 것은 제2차 대전때 실시됐던 배급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배급에 관한 대사를 삭제한 것 뿐이다.
31년전 쓰였던 안락의자 한 개와 벽시계가 아직도 무대의 소도구로 남아 있다.
『쥐덫』이 이렇게 오래도록 성공을 거두며 많은 관중을 끌고 있는 이유는 이 연극의 미스터리성, 고도의 드릴과 서스펜스, 그리고 대사의 유머에 기인한다.
영국의 신문과 잡지들은『영국연극사상 가장 완벽한 미스터리 극이다』『「크리스디」가 추리소설가로서 얼마나 뛰어났는가 하는 점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이 연극은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드릴과 서스펜스로 마음을 놓지 못하게 한다』『쥐덫을 끝나게 하려면 의회에서 법령으로 정해야 할 것이다』등의 격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연극의 줄거리는 눈이 많이 내린 겨울 런던 부근 시골의 한 조그만 여관의 응접실을 무대로 이 여관을 경영하는 젊은 부부와 형사 1명, 그리고 5명의 손님을 둘러싸고 전개된다.
연극이 끝날 때서야 수수께끼는 풀린다.
이 연극의 연출·감독·배우선정 등 일체의 흥행을 맡고있는「피터·손더즈」경은 기자에게 살인미스터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기사 속에서 밝히지 말 것을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그는 이 연극의 생명이 사건을 풀기까지의 미스터리에 있기 때문에 그 약속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언제까지 이 연극 공연이 계속될 것으로 보느냐』고 물었더니『나부터는 물론 오래갈 것이고 모르긴 해도 당신보다도 더 오래 계속 남게될 것』이라고 장담했나.
「손더즈」의 나이 올해 72세지만 그는『쥐덫』으로 일약 유명해져 작년에「경」칭호를 받기까지 했다.
『쥐덫』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빙그레 웃기만하고『어쨌든 영국갑부중 한사람이라고만 알아두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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