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난자 제공 국제기준은 - 외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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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논란의 또 다른 축인 연구원의 난자 제공에 대한 분명한 기준은 없다. 불임시술을 위한 난자 채취는 빈번하지만,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난자 채취는 아직까지 드문 일이어서 그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우석 교수 연구를 둘러싼 윤리 논쟁의 결말은 새로운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은 22일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 도널드 게네디 편집장의 말을 인용해 "난자 매매를 둘러싼 윤리 논란에도 불구하고 황우석 교수팀의 논문을 취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 연구원 난자 제공=윤리 위반 여부를 언급한 유일한 국제적인 기준은 헬싱키 선언이다. 헬싱키 선언은 1964년 세계의학협회(WMA)가 만든 일종의 의사윤리선언으로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연구원의 난자 제공과 관련해 제8조에는 '스스로 동의서를 승인 또는 거부할 능력이 없거나 강제된 상황에서 동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중략)…피험자에 대해서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돼 있다. 제23조는 '시험 수행에 대한 동의를 얻을 때 의사는 피험자가 자기에게 어떤 기대를 거는 관계가 아닌지, 또는 강제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은 아닌지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울산대 의대 구영모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위계질서가 강한 나라에서는 연구원과 같은 취약한 환경에 처한 피험자가 난자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문구를 연구원의 난자 제공 금지로 보는 것은 확대해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의료법윤리학과 손명세 교수는 "연구원이 자발적으로 난자를 제공했고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연구원과 아무 관계가 없는 의사가 동의를 받았다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게 헬싱키선언 제23조의 의미"라고 말했다.

◆ 미.영.프 모두 경비 보상=한국 형사정책연구원 황만성 연구위원은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난자 매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자발적 기증자에게는 일당.교통비 등의 실비는 제공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인공수정 및 배아관리법은 난자 매매를 금지하지만 자발적 기증자에게는 실비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지난해 개정된 이 법 시행령에는 난자를 제공하느라 10시간 이상 생업에 지장을 받으면 10파운드(1만7900원), 5~10시간은 5파운드(8900원), 5시간 이내는 2.5파운드(4450원)를 정부에서 받는다.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겼거나 영업장 문을 닫아 손실을 입었으면 하루 최고 50파운드를 받는다.

교통비도 받는데 자전거.택시.자가용에 따라 금액이 다르다. 난자 제공으로 부작용이 생기면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다. 프랑스도 94년 제정된 인체존중에 관한 법률에서 난자 매매는 금지하지만 실비는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다. 캘리포니아나 조지아주는 난자 매매가 허용된다. 뉴욕주는 금지하고 있지만 자발적 기증자에 대해 실비 지급은 인정한다.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은 2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 지급되는 실비가 1인당 3000~5000달러(300만~500만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성일 이사장이 150만원을 지급한 행위는 정황상 매매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자발적 기증에 따른 실비지급으로 볼지, 매매로 간주할지는 국가생명윤리위원회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신성식.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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