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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즈] 벤츠 딜러 36년 외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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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벤츠의 제설용 차량인 유니목의 한국딜러인 김영훈 대진STC 전무가 서울 중구청에 납품한 차량을 설명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대진STC는 역사가 제법 된 벤츠차량 수입업체다. 1970년부터 메르세데스-벤츠와 거래를 해왔고, 대를 이어 수입차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일반인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승용차나 상용차가 아닌 특수차인 '유니목'을 국내에 들여오기 때문이다. 유니목은 4륜 구동의 다목적 특수 차량으로 국내에선 제설용으로 많이 쓰인다.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영훈(36) 전무는 "대진STC와 벤츠의 인연은 196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당시 창업주인 김상진(69) 사장이 독일 연수 중 차체는 작지만 힘이 좋은 유니목을 처음 접했다.

그는 강원도 산길이 눈이 조금만 내려도 차가 못 다니는 것을 떠올렸다고 한다. 김 창업주는 주한 서독대사관(지금 독일대사관)에 문턱이 닳도록 찾아간 끝에 벤츠에게서 유니목 수입권을 따냈다. 80년대 중반 대진STC는 벤츠로부터 승용차 딜러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87년 수입차 개방을 앞두고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앞다퉈 수입차 딜러를 하겠다던 때였다.

그러나 대진STC는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김 전무는 "'한 우물을 파야한다'는 아버지의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대진STC의 외고집은 벤츠의 믿음을 샀다. 특수차 사업에 관심을 가진 몇몇 대기업들이 여러 번 유니목 수입권을 가로 채려고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진STC가 사세(社勢)론 대기업에 못미치지만 신용도와 기술력은 압도한다고 벤츠는 판단했다.

김 창업주는 94년 건강이 나빠지자 아들 김 전무에게 회사일을 넘겼다.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김영훈 전무를 독일 유학을 보내 어학과 기계를 배우도록 했다. 김 전무는 "원래 사업을 물려받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 그러나 아버지 사업의 인연이 끊기는 것만은 막겠다는 생각에 결국 회사일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특수차 장식 부품을 여러 개 국산화했다. 고객들이 비싼 돈을 주고 유니목에 장착하는 특수장비를 수입하는 것을 보고 독자 개발에 나섰다. 제설용 삽날을 비롯해 청소용 솔 등을 국산화했다. 특히 청소용 솔은 하나의 장비로 가드레일.안전펜스 등 다양한 도로 시설물을 씻어낼 수 있어 벤츠 기술진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 전무는 "아버지 뜻을 이어 화려하진 않지만 특수차 분야에서만큼은 최고 소리를 듣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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