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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도시 부산’ 앞으로 할 일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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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번 APEC을 통해 부산은 회의 개최와 '부산 로드맵' '부산 선언' 등으로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였고, 부산이라는 브랜드를 세계에 홍보했다. 이는 200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국가올림픽위원회(NOC) 총회와 2020년 여름 올림픽 부산 유치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욱 기쁜 것은 그동안 군사시설과 대학 연구소로 인해 반쪽짜리였던 동백섬이 누리마루 APEC 하우스 준공을 계기로 시민 품으로 완전히 돌아왔고, APEC 평화공원, APEC 나루공원, APEC 기후센터 등 녹지공원이 늘어나고 시민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확충된 점이다.

명암은 항상 교차하는 법. 그늘도 많았다. 부산시가 3개 외국기업과 1억3660만 달러의 외자유치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동안 노점상들과 건설 일용노동자들은 직장폐쇄를 당해야만 했고, 외국 정상들의 이동통로를 새 단장하느라 보기 흉한 건물에 사는 시민들은 가림막 안에서 생활해야 하는 불편과 수모를 겪어야 했다.

광안리에서 열렸던 APEC 경축 국내 최대 불꽃놀이 행사에는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으나 제대로 된 수송대책이 없어 외국 귀빈들이 인파에 갇히고 시민들은 자정이 넘은 시간에 귀가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APEC이란 큰 잔치는 끝났다. 이젠 다시 차분하게 우리의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설계할 때다.

우선 월드컵.아시안게임.국제영화제와 이번 APEC 정상회의 개최에서 보듯 부산시민은 국제회의.문화관광.영상 등 굴뚝 없는 산업을 통한 부산 발전의 비전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하고 동참하는 듯하다.

그러나 비전을 실현할 구체적인 준비가 따라야 한다. APEC 기간 11개 관광코스를 준비했으나 신청자가 너무 적어 운영되지 못한 점은 외국인의 시선을 끌 만한 관광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산.강.바다가 아름다운 삼포지향을 복원하고, 다양한 관광상품과 문화적 볼거리를 개발해 국제적인 문화관광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나갔으면 한다.

무역 자유화가 진행될수록 양극화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양극화는 국제적인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내에서도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다. 가림막 전시행정, 노점상 철거 등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양극화는 국제도시 부산을 외화내빈(外華內貧)의 도시로 전락시킬 수 있다. 세계화라는 큰 물결 속에서도 그늘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전제될 때만이 부산의 미래는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

류광태 녹색도시부산21 추진협의회 사무국장